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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학생-학부모도 선생님 수업 ‘채점’

입력 | 2005-05-02 19:21:00


교육인적자원부가 2일 발표한 ‘교원평가제 개선방안’은 그동안 평가 ‘무풍지대’에 있던 교직사회에도 평가체제를 도입해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촉진제로 활용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교육부가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7.4%가 교원평가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등 여론은 우군(友軍)이지만 교원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도입 배경=현행 근무평정제도는 점수에 의한 승진제도를 축으로 하는 인사관리형 평가다. 승진과 거리가 먼 교사는 별 관심도 없고 관리자는 이런 교사를 통제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학교장이 객관적 기준 없이 승진을 목전에 둔 교사에게 후한 점수나 교육 연수기회를 주는 등 공정성이 결여돼 교사 간에도 불만이 크지만 정작 능력계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학부모는 학교 교육, 그중에서도 핵심이랄 수 있는 교사의 자질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평가와 정보공개를 통해 능력을 평가받는 현실에서 교직사회만 예외일 수 없다는 분위기도 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눈에 띄는 특징은 평가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고 지금까지 교사의 평가를 받지 않던 교장도 평가를 받는 점이다. 이제는 교장 교감 교사 모두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를 합쳐 능력을 평가받게 된다.

교장 교감 등 관리자에 대해서는 교육청 교육원평가위원회가 책임을 지고 평가한다. 교사, 학부모, 교육청 인사가 참여해 교장은 학교경영능력을, 교감은 중간관리자로서 학교교육지원활동을 평가한다. 교장평가 참여 학부모는 전체의 10% 정도를 선정한다.

교사는 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학생이 참여해 교사의 교수학습 능력에 대해 평소 관찰한 내용과 학기당 1회 이상 실시하는 공개수업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연중 평가하고 11월에 종합한다.

동료교사 평가는 초등학교의 경우 같은 학년 교사가, 중고교는 같은 교과 교사가 참여해 수업계획, 수업실행, 평가 등 3개 분야를 평가한다. 학생 학부모 평가는 수업 참관 뒤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로 하고 평가 참여 학부모나 학생 규모는 평가위원회가 결정한다.

▽평가 결과 처리=교육부는 교원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평가 결과는 인사나 보수 결정 등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교사 자신이 학생 지도에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능력계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본인에게만 통보하기로 했다.

일본은 승진 인사는 물론 부적격교사 판별에도 활용하고 있고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은 보수나 성과급, 재계약 기초 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 인사와 보수체계 등과도 연계해 점진적으로 수준을 높여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평가를 낮게 받은 교사는 연수기회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한다는 계획.

교육부는 부적격 교사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교원평가제와는 별도로 하반기 중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점과 향후 전망=교육부는 토론회 2회, 공청회 1회를 거쳐 평가제도 시안을 놓고 교원단체와 10회 이상 토론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지 않고 본인에게만 통보하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학생 학부모 참여 방안도 구체적이지 못한 데다 방식도 거칠어 평가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도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또 교원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일단 도입하고 보자”는 식으로 작업이 추진돼 내용이 상당부분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전국 66개 초중고교에서 시범 운영한 뒤 내년 중 교원평가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문제점 보완 등을 거치면 본격 시행은 빨라야 2007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