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 다섯바탕을 영어와 현대어로 바꾼 영역본과 현대어역본이 책으로 나왔다.
예를 들면 심청가의 ‘호랭이가 파싹 깨물어갈 년’을 ‘I wish a tiger eats her’로, 흥보가의 ‘부자 허생이가 부러우랴’를 ‘이병철이 부러우랴, 정주영이 부러우랴’로 바꾸는 식이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이나 은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못하는 외국인이나 젊은 세대에게 판소리를 요즘 언어로 쉽게 소설처럼 풀어낸 것.
판소리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판소리연구단(책임연구원 최동현 군산대 교수)은 30일 2년간의 노력 끝에 심청가와 흥보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의 ‘바디(명창이 보다 개성 있는 소리로 판소리의 특정 소리형식을 창조한 것)’를 모두 18개로 정리해 ‘판소리총서(민속원)’ 3∼17권을 펴냈다.
판소리연구단은 2003년 ‘판소리단가’와 지난해 ‘판소리의 공연 예술적 특성’ 등 1권과 2권을 출간한 데 이어 이번에 모두 17권의 총서작업을 마무리했다.
판소리연구단은 2003년 영문자막이 나오는 판소리 공연과 현대어로 고친 판소리 시연회 등을 열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번 작업은 최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전북대 이태영 정석권, 전북기능대 유종국, 군산대 오석형 교수가 공동연구원으로, 전라문화연구소 박승배, 유승, 윤영옥, 장미영, 최혜진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단은 30일 오후 4시 전북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기념공연과 시연회도 열었다.
최 교수는 “이 책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어려운 사설 때문에 접하기 힘들었던 판소리를 젊은층과 외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