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선정여자실업고 박정옥 교사(왼쪽)와 홍진경(가운데) 김혜영 양은 “‘열린 장학금’ 덕분에 장래의 희망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9월 동아일보와 삼성사회봉사단의 ‘열린 장학금’ 수상자로 선정됐던 김혜영(17·서울 선정여자실업고 3) 양은 장학금 신청서에 ‘소박한 소망’을 담았다.
“한 번도 학원에 다녀 보지 못했습니다. 장학금을 받으면 제일 먼저 참고서를 사고 학원에 다니고 싶습니다.”
김 양은 “올해 고3이 되면서 과목별로 참고서와 문제집 15권을 샀다”며 “고교생이 된 뒤 처음 가져 보는 참고서”라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그냥’ 공부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투자해도 성적이 중위권이었지만 더 노력해 대학에서 ‘광고 창작’을 전공하겠다는 목표다.
같은 학교 3학년 홍진경(18) 양도 열린 장학금으로 회계사의 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었다.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홍 양은 중학교까지 성적은 바닥권을 맴돌았고 한때 크게 방황을 했지만 지금은 전교 회장을 맡고 있다. 성적은 최상위권.
홍 양은 “장학금을 받은 뒤 어머니가 뛸 듯이 기뻐하셨다”며 “고1 때 수업을 통해 처음 접한 회계에 매력을 느껴 지금은 학원에서 세무회계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욕심 같아선 대학 진학에 꼭 필요한 논술학원에도 다니고 싶다는 홍 양은 “회계사가 되면 배우고 싶지만 여건이 안 돼 체념하는 학생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선정여자실업고에서 4명의 학생을 추천했던 박정옥(朴正玉·26·여) 교사는 “장학금을 신청하려면 일반적으로 ‘용모 단정’ ‘자격증 ○개 보유한 자’ 등으로 신청요건이 까다롭다”며 “그러나 열린 장학금은 비교적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성적이 뛰어나지 않거나 모범생이 아니더라도 이 장학금을 받으면 긍정적인 생활태도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
폭력 또는 절도 등으로 보호관찰을 받는 비행청소년도 장학금을 받은 뒤엔 달라지고 있다. 법무부 대전보호관찰소 김태호(金泰鎬) 사무관은 “결손가정 등 생활이 어려운 보호관찰 대상 학생 6명을 추천해 장학금을 받게 했다”며 “보통은 보호관찰 기간에 30∼40%가 학교를 그만두지만 이들 모두 밝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교생에게 지원되는 열린 장학금은 9월 중 대상자를 선정해 연간 2회에 걸쳐 총 65억 원을 지급한다. 올해 1학기 장학금은 지난해 9월에 선정된 2840명에게 30일부터 4월 말까지 지원된다.
동아일보와 삼성사회봉사단은 5월에 장학금 수혜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 수상 후 변화와 앞으로의 꿈’을 주제로 수기를 공모하고 우수작을 선발해 시상할 계획이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