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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은희 “순둥이 영실의 복수극 저도 기대돼요”

입력 | 2005-03-23 18:28:00


“별로 참하지 않은데 참하게 봐 주시니, 저야 그저 고맙죠. 호호”

22일 KBS 수원드라마센터에서 만난 탤런트 홍은희(24)는 “친구들이 ‘TV 보면 너답지 않게 얌전하게 군다’고 막 웃는다”며 “특별히 달라진 건 모르겠지만 2년 전 결혼한 뒤 철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KBS1 아침드라마 ‘TV소설-바람꽃’(연출 한철경·월∼금 오전 8:05)의 주인공 ‘영실’ 역으로 40, 50대 주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바람꽃’은 1·4후퇴 때 헤어졌다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20년 만에 재회한 자매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 1970년대 배경의 시대극. 홍은희가 연기하는 영실은 고아로 자라 식모살이 봉제공 등 온갖 고난을 겪고, 동생 ‘정님’(김성은)에게 사랑하는 연인마저 빼앗기는 인고(忍苦)의 여인이다.

“처음 식모 역할을 하면서 놀랐어요. 사람 취급도 안 하고, 거의 몸종처럼 부리고…. ‘식모살이가 정말 그랬느냐’고 물어보니 예전에는 밥 세 끼만 먹여줘도 고맙게 여기면서 일했대요.”

그는 드라마 초반부의 ‘착하디착한’ 영실이 답답했다지만 1970년대를 경험한 주부 시청자들에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수공장, 봉제공장 등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배경과 이웃집 언니 같은 영실의 캐릭터가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

“반갑게 다가와서 ‘아유, 영실이 불쌍해 죽겠다’며 손을 꼭 잡는 분들이 많아요. 식당에서는 ‘살 좀 더 쪄야겠다’며 반찬을 더 주시기도 하고….”

서슴없이 다가서는 ‘아주머니 팬’ 들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그는 마냥 좋아하는 눈치다. “실제로 보니 애기 같다”며 놀라는 아주머니에게는 “저 사실 어려요∼”라고 응석도 부린다.

“예전에는 ‘어려 보인다’는 말이 반갑지 않았어요. 앳돼 보여서 맡을 수 없는 역할도 많았거든요. 근데 아기 엄마가 돼서 그런지 요즘은 듣기 좋네요.”

드라마 ‘상도’, ‘내사랑 팥쥐’ 등에서 활약하던 그는 스물두 살이던 2003년 열한 살 연상의 선배 탤런트 유준상(현재 SBS 드라마 ‘토지’에 길상 역으로 출연 중)과 결혼해 그해 말 아들 동우를 낳았다.

홍은희는 “결혼 뒤에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오히려 가까운 사람을 더 챙기게 됐다”며 “경험이 많아져 연기폭도 넓어진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는 ‘바람꽃’ 팬이라 꼬박꼬박 다 보세요. 처음엔 연기 모니터 차원에서 보던 남편도 요즘은 ‘바람꽃’ 재미에 푹 빠졌어요.”

23일 45회를 맞은 ‘바람꽃’은 착하기만 하던 영실이 시련 속에서 점점 강해지고 당찬 면모를 갖춰가면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는 고아로 자란 어린 시절 등 대본에 나오지 않는 영실의 모습을 자주 상상한다며 “여성스러운 인물이지만 후반에는 복수극을 벌이는 카리스마도 갖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