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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32년째 구세군 활동 손명식씨

입력 | 2004-12-05 18:11:00

서울 세종로 광화문 지하도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종을 흔들고 있는 구세군 서울지방 본영의 손명식 지방관. 구세군 활동 32년째인 그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선냄비에 정성을 담는 사람들은 모두 천사”라고 말한다. 변영욱 기자


《“몇 해 전 한 노부부가 구세군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자녀들이 회갑기념 해외여행비로 준 돈을 의미 있게 쓰고 싶다며 봉투를 내밀더군요. 이름 밝히기를 극구 사양한 노부부가 두고 간 봉투에는 150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32년째 연말이면 자선냄비 앞에서 종을 흔드는 구세군 서울지방본영의 손명식 지방관(63). 그는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모든 이들을 ‘이름 없는 천사’라고 부른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천사가 아니겠느냐는 것.

올해 구세군 모금 목표액은 24억원. 요즘 경제가 어렵다지만 지난해의 23억6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손 씨는 확신했다. 1994년 전국에서 8억원을 모은 데 이어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도 15억원을 모으는 등 매년 성금이 늘어났기 때문.

“요즘 어린이들이 자선냄비에 돈을 넣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나눔의 미덕’을 가르치는 것이죠.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생활화되리라 봅니다.”

올해 자선냄비 행사는 2일부터 24일 밤 12시까지 전국 76개 지역 213곳에서 진행된다. 자선냄비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구세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 2시간에 한 번씩 교대한다. 모금기간 중 구세군 홍보실(02-720-8250)로 전화하면 직접 자원봉사활동도 가능하다.

손씨는 30여 년 동안 구세군 활동을 하면서 기부문화가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기부할 돈이 없어 미안하다’며 집에서 고구마를 삶아 오거나 커피를 건네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런 풋풋한 정이 사라지긴 했지만 최근에는 100만 원짜리 수표 몇 장을 10년이 넘게 꼬박꼬박 전하는 익명의 기부자도 생겼죠.”

부산의 한 대학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한 손씨는 경남 마산의 한 크리스천 중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주야간 수업을 하던 그는 구두닦이, 근로청소년 등 어렵게 생활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사회복지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1973년 구세군사관학교에 입교했다.

구세군 생활을 하며 풍족한 삶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나눔의 전령사’가 돼 행복하다는 손 씨. 그는 “2년 뒤 정년퇴직하더라도 사회복지 분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세군(救世軍)▼

1865년 영국의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가 빈민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창설한 ‘기독교 선교회’. 1878년 군대식 제도를 도입해 ‘구세군’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자선활동을 벌였다. 국내에서는 1928년 12월 서울 중구 명동에 자선냄비가 첫선을 보인 이후 76년째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행사가 열리고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