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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기관 인권·환경 투자기준 부상

입력 | 2004-11-18 18:46:00


네덜란드계 국제금융기관인 ABN암로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터키를 잇는 송유관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미국 정부가 후원하고 영국 정유회사 BP 주도의 컨소시엄이 36억 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한 이 사업은 수익이 보장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ABN암로는 최근 컨소시엄 참여를 철회했다. 송유관 건설이 환경을 망친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인권과 환경을 주요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불과 2, 3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라고 전했다.

금융기관의 인권 및 환경 고려에 대한 찬반찬 성반 대―자사(自社) 브랜드가치 제고
―종업원 사기 고취
―인권단체가 제기하는 소송에서 해방―인권문제를 빌미로 투자 대상지 차별
―낮은 인권 기준을 적용하는 경쟁사에 사업권을 빼앗김
―효율성 측정 불가능

▽“인권 없는 곳에 투자 없다”=미국 회계법인 KPMG와 영국 투자회사 F&C 매니지먼트는 최근 ABN암로, 라보뱅크, 모건스탠리 등 9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자산건전성, 채무불이행 정도 등과 함께 인권도 주요 기준 중 하나로 꼽혔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최고위 임원 휘하에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거래처의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한다. 최근 수단과의 거래를 끝낸 것도 ‘수단의 석유수출 대금이 내란세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윤리위원회의 조언 때문이었다.

미국계 종합금융그룹인 골드먼삭스는 최근 중국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에 투자를 제의했다가 중국의 인권문제를 이유로 투자 제의를 철회하기도 했다.

▽왜 인권인가=FT는 최근 금융기관들의 인권 중시 경향을 두고 인권단체 및 환경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들의 압력 때문으로 분석했다.

인권문제에 대한 NGO들의 고발이 계속되자 평판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 인권을 투자결정의 기준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NGO들은 최근 중국 인권을 문제 삼아 골드먼삭스, HSBC 등이 중국 수출입은행과 중국개발은행 발행 채권 20억달러어치(약 2조2000억원)를 국제시장에 내다파는 것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인권 중시 경향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윤리경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한쪽에선 영업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얼굴의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에 의해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월마트가 고용과 관련한 성차별 혐의로 집단소송에 시달리고 있고 코카콜라도 콜롬비아 공장에서 종업원 인권침해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