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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이동건, ‘파리의 연인’서 日의 연인으로

입력 | 2004-11-15 18:25:00

드라마 ‘유리화’ 촬영을 위해 일본에 입국할 때 수백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오사카 간사이공항이 한 때 마비됐을 정도로 새로운 한류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이동건. -사진제공 SBS


13일 오전 6시 일본 고베(神戶)시 메리켄파크 오리엔탈 호텔 로비. 이른 아침부터 30, 40대 일본 여성 100여명이 모여 들었다. 이들이 기다리는 이는 ‘돈곤 상’, 즉 한국 탤런트 이동건이었다.

이동건은 12월1일 방영될 SBS 드라마 ‘유리화’(극본 박혜경·연출 이창순·수목 밤9:55)의 일본 현지 촬영을 위해 이 호텔에 묵고 있다.

오전 6시반 그가 로비에 나타나자 일본 여성 팬들은 편지와 선물을 안겼다. 박수를 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의 모습은 10대 소녀 팬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전 8시 고베시 기타노(北野) 거리. 이동건이 촬영에 들어갔는데도, 택시 등을 타고 따라온 팬들로 거리가 붐볐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 가슴이 떨려요.”

주인공 동주(이동건)가 지수(김하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사를 했다. 한국어를 알아듣는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때문에 NG가 났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그들에게는 이동건의 평범한 대사마저 로맨스로 들리는 듯했다.

그는 최근 일본 위성방송의 한국어 채널에서 방영된 ‘낭랑 18세’로 배용준 이병헌 원빈 장동건에 이어 새로운 한류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오사카에 산다는 가토 아키(加藤亞希·36)는 유창한 한국어로 “‘돈곤 상’은 얼굴이 잘 생겼고 목소리가 좋다”며 “‘파리의 연인’도 SBS 인터넷 다시보기로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유리화’는 고아원에서 형제처럼 자란 동주와 기태(김성수)가 지수와 삼각관계를 벌이는 멜로드라마. 일본 보험사 사장의 양자로 입양됐다가 후계자가 된 동주는 10여 년 만에 한국에 와 기태와 지수 사이에 끼어든다는 줄거리다.

‘유리화’ 제작진은 일정이 빠듯해 일본에서 매일 새벽 3, 4시에 촬영을 마치고 두세 시간 잠을 잔 뒤 다시 오전 6시에 촬영을 시작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부족한 잠은 촬영 틈틈이 토막잠으로 보충한다.

“일본 팬들이 이토록 열성적일 줄 몰랐어요. 한국어도 잘 하고, 이 편지 좀 보세요. 글씨를 저보다 더 잘 써요.”

이동건은 피로를 무릅쓰고 아사히 요미우리 등 일간지나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도 성의를 다했다. 후지TV, 아사히TV는 촬영장 스케치를 방영하기도 했다.

그는 “피곤한 것보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 (가슴) 안에 너 있다’ 같은 대사를 제대로 하려면 수백 번 반복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유리화’는 일본내 한류(韓流)의 바람을 타고 기획된 드라마. 이번 현지 촬영도 일본 팬들의 관심을 겨냥한 것이다.

‘유리화’의 일본 기획사 ‘아이엠엑스’의 재일교포 프로듀서 김경자씨는 “일본 TV에서 10여 년 전에 사라진 멜로가 한류 드라마를 통해 소개되면서 일본 아줌마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며 “이들에게는 개성파 배우가 많은 일본과 달리, 잘 생기고 부드러운 한국 남자 배우가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베=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