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바람의 색깔을 보았나요
두꺼운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자연의 기운생동을 표현하는 청각장애인 한국화가 박광택씨(46·사진)가 서울과 부산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갖는다.
거친 종이 질감, 먹과 담채의 얼룩들은 고대 산악도나 풍수도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으로 보인다. 먹의 농담이나 붓놀림의 긴장과 이완으로 표현된 화폭에선 바람의 움직임, 새의 몸짓, 물의 흐름과 소용돌이, 벌레들의 군무, 별의 움직임 같은 생명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작가는 전통 한국화 재료의 물질적 특성과 수묵의 정신성을 조화롭게 풀어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작가는 고등학교(서울 농아학교) 때 같은 청각장애인 화가였던 고 운보 김기창 화백으로부터 3년 동안 한국화를 배운 인연으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특수교사 자격증을 따서 현재 부산 배화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작가는 전시회 도록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 속에서 듣지 못하는 자로서 겪었던 좌절과 불안, 절망을 그림을 통해 구원받았다”며 “그림은 외로움에 익숙하게 하고,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불편하고 힘든 시간을 경영하는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9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운동 갤러리 한(02-737-6825), 12월 10∼19일 부산 해운대구 중2동 갤러리 몽마르트르(051-746-4202).
박광택 작 ‘영혼의 울림’(2004년)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