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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정보화 소외 심각…한국 50세이상 9%만 인터넷 이용

입력 | 2004-10-24 18:11:00


《‘초고속인터넷가입률 세계 1위(전 가구의 70%), 인터넷 이용률 세계 3위(전 국민의 60%).’정부가 ‘디지털 강국’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하는 수치다. 그러나 한국의 50세 이상 고(高)연령층의 인터넷 이용률이 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 고령층의 인터넷이용률은 한국보다 5배에 가까운 44.0%다. 또 스웨덴 39.0%, 미국 37.1%, 일본 28.0%로 모두 우리보다 훨씬 높다. 노년층의 디지털 문화 소외는 이미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그늘’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정보사회에서 소외된 한국 노인들=우리 사회에는 ‘노인들이 무슨 인터넷이냐’는 편견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을 즐기는 노인의 일상생활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노인에 대한 정보화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23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500여명의 노인들이 교회에서 주는 무료급식을 받은 뒤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혼자서 쓸쓸하게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도 많다. 쓸쓸함, 무력감이 느껴진다.

같은 날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 이용센터. 30여대의 PC가 설치된 이곳에서 노인들은 헤드폰을 끼고 음악 및 영화감상, 바둑 두기, 온라인으로 영어나 일본어 배우기, 미니 홈페이지 꾸미기 등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철식씨(72)는 e메일뿐 아니라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공과금을 지불하고, 의료사이트를 방문해 건강진단을 받는다. 이씨의 홈페이지는 방문자가 4000명이 넘었다.

5년 전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김영란씨(59·여)는 “외국에서 사는 언니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고 각종 온라인강좌를 듣는다”며 “자식들이 성장한 후 한동안 무력감에 시달렸는데 인터넷이 내 삶에 즐거움을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정보화 소외의 부작용=한국정보문화진흥원 고정현 교육사업팀장은 “사이버 공간의 여론이 젊은층에 의해 주도됨에 따른 노년층의 정치적 소외, 수수료가 싼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의 불이익 등 노인들의 정보화 소외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격진료, 전자투표, 전자금융, e러닝이 활성화될수록 노인들의 정보화 소외는 큰 사회적 문제로 발전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한국에서 노인들의 정보화 소외가 심각한 것은 우선 국가적으로 정보화 격차해소 프로그램이 장애인이나 시골의 젊은 학생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 또 사회적으로 노인들이 컴퓨터를 배워 뭐하냐는 편견이 팽배해 있고 상당수 노인도 인터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손연기 원장은 “이론적으로는 정보사회의 최대 수혜계층은 육체적인 힘이 부족한 노년층인데 디지털 강국 한국에서는 ‘노년층의 정보화 소외’가 오히려 커져가는 모순이 생겨났다”며 “노인의 정보화 소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