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정감사에서 나온 정운찬 총장의 소신 있는 발언에 공감한다. 정 총장은 “고교등급제엔 반대하지만 고교간 학력차가 엄존하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한 학생 선발은 이해한다”면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를 금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3불(不) 원칙’을 재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권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립대 총장으로서 쉽게 꺼내기 힘든 발언이었을 것이다. 입시정책이 ‘내신 강화’ ‘수능시험 변별력 축소’와 같은 방향으로 교육평등주의자들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이다. ‘고교등급제 파문’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학력 격차 반영’의 측면을 도외시하고 ‘강남’ 대 ‘비(非)강남’의 차별 구도로만 몰아가고 있다.
이들 앞에서 정 총장이 ‘3불 원칙’을 재검토해 달라고 한 것은 교육정책의 잘못된 방향에 쓴소리를 한 것이다. 대학에 실질적인 입시자율권을 돌려주는 일이야말로 2008학년도 입시안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풀고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代案)이 아닌가.
정부가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에 매몰되어 점수에 의한 기계적인 줄 세우기를 부추길 것이다. 입시의 본질은 우수 인재의 경쟁 선발이다. 입시에서 사회적 평등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본말(本末)이 전도되어선 안 된다.
정 총장은 “우리나라처럼 18세까지 학생을 전혀 걸러 내지 않고 대학입시를 위해 일로매진(一路邁進)하는 나라는 없다”며 평준화정책에 반대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평등주의에 치우친 교육 현실을 짚어 낸 발언이다.
교육문제가 심각한데도 여당이 전교조 같은 특정 단체와 동일한 소리만 내고 있어 큰일이다. 이래서야 교육문제가 풀릴 리 없다. 정 총장의 발언이 다양하고 활발한 의견 개진으로 이어져 우리 교육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