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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조석진]우유 수급균형 맞추려면

입력 | 2004-09-30 19:04:00

조석진


최근 ‘원유파동’이 사회문제가 됐다. 낙농인들이 서울시내에 젖소를 풀어놓는 극단적인 시위까지 있었다.

현재의 낙농문제는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유제품 수입 증가, 소비 감소, 현실을 외면한 낙농진흥법에 기인한 바 크다. 1995년 수입자유화 이후 유제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낙농은 사실상 수입이 곤란한 백색 시유(市乳) 생산에 국한됐으나 생산이 수요를 지속적으로 초과해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야기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97년 낙농진흥법이 개정돼 ‘우유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목적으로 1999년 낙농진흥회가 설립됐다.

그러나 진흥회 가입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한 게 ‘문제’였다. 2002년 분유 재고가 사상 최고에 이르자 진흥회는 농가별 할당량(쿼터)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원유에 대해서는 ‘잉여 원유 차등가격제’를 적용했다. 가공 시설을 보유한 낙농협동조합들이 이에 반발해 진흥회를 탈퇴함에 따라 진흥회의 집유(集乳) 비율이 초기 73%에서 현재 27%까지로 떨어졌다. 원유 생산량과 가격 조절이 사실상 시장원리에 맡겨진 셈이다.

그러던 중 최근 약 26%에 이르는 배합사료 가격 인상을 계기로 원유 생산자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다행히 정부와 여당이 유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원유가격을 13% 인상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사태가 일단은 수습국면으로 접어든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원유가격 조정이 정치논리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남겼다.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수급 균형이 이뤄지도록 낙농진흥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생산자와 유업체는 낙농산업의 안정성장을 위한 제도개혁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개방체제하에서는 어느 한쪽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시장여건은 지속될 수 없음을 양자 모두 인식해야 한다.

조석진 영남대 식품산업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