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간만에 나와 죄송합니다. 그동안 애 키우고 가정에 충실하느라 바빴어요. (웃음)”
가수 임재범(39)이 다음달 8일 5집 ‘코이그지스턴스’(Coexistence·공존)로 돌아온다. 2000년 5월 4집 ‘스토리 오브 투 이어스(Story of Two Years)’ 이후 4년만이다.
임재범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새 음반을 낼 때마다, 음반 한 장 던져놓고 어디론가 잠적해버려 ‘기인’으로 불리는 그답지 않은 행동이다. 이번에는 1986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펼치면서 ‘노골적으로’ 얼굴을 보이기로 했다.
임재범은 “2001년 결혼해 딸 지수(3)를 낳은 뒤 인생관이 많이 바뀌었다. 딸아이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아빠가 됐다”며 “가족을 보면서 앨범 제목 ‘공존’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국내 정상의 록보컬로 손꼽히는 임재범이 4년만에 새음반을 내면서 데뷔 이후 첫 단독 컨서트를 펼친다. 작은 사진은 1997년 2집 앨범때의 모습. -권주훈 기자
새 음반 제목을 ‘공존’으로 지은 것도 이젠 세상과 더불어 살겠다는 의미. 이 음반은 록을 기반으로 하는 가운데 재즈 보사노바 뉴에이지 등을 가미했다. 재즈 보사노바는 그가 처음 시도하는 장르다. 임재범은 수록곡 10곡을 모두 음반 프로듀서인 최남욱과 공동 작곡했다.
타이틀곡 ‘새장을 열다’는 임재범의 절제된 보컬이 바이올린의 애절한 멜로디와 잘 어우러지는 발라드. 그는 “지금까지는 외국의 유명 뮤지션을 따라하기 바빴지만 이제부터는 내 음악을 즐기고 싶다”며 “이전 음반에 비해 앨범작업 전반에 참여했기 때문에 내 색깔을 많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수록곡 중 강렬한 록 스타일의 노래는 반전 메시지를 담은 ‘총을 내려라’와 공존을 외치는 ‘사람과 사람들’ 등. 발라드 ‘살아야지’는 24인조 현악단이 참여해 유려한 선율을 선보이고 ‘백만번째 환생’은 보사노바 스타일이다. 임재범이 직접 작사한 ‘식스 챕터’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보사노바는 처음 시도해보는 장르여서 좀 미흡한 감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음반활동과 더불어 방송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동안 독선에 빠져 여러 종교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나는 가수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대중과의 공존의 의미를 깨달은 셈이죠.”
임재범은 86년 록그룹 ‘시나위’의 보컬로 데뷔했다. 그의 탁월한 가창력은 이후 후배 록 가수들의 전형이 되다시피 했다. 여느 가수들은 임재범의 노래를 따라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임재범의 히트곡은 ‘이 밤이 지나면’(1991년) ‘사랑보다 깊은 상처’(1997년) ‘너를 위해’(2000년)로, 이 노래들은 최근까지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임재범은 다음달 30일과 31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이후 첫 단독 공연을 갖는다. 1544-1555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