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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李총리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입력 | 2004-09-10 18:30:00


이해찬 국무총리는 10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참여정부는 정경유착 단절, 권위주의 탈피, 지역균형발전 토대 구축, 사회갈등 해소, 남북관계 진전 등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이런 자평(自評)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통령비서관이 대기업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비용을 대라고 한 것이 며칠 전이다. 대통령은 권위를 스스로 잃었는지 몰라도 정권의 독선적 정치행태는 갈수록 도를 더하는 듯한 양상이다. 이 총리는 행정수도 후보지 확정을 지역 등권(等權)과 연결시켰지만 수도 이전 강행은 다수의 민의(民意)에 반한다. 현 정부만큼 ‘편 가르기’를 즐기고 갈래갈래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킨 정권이 또 있는가. 북한을 둘러싼 국론 분열은 극에 이르고 있다.

절대다수 국민이 절규하듯이 요구하는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듯이 이 총리도 ‘과거 탓’을 앞세웠다. 현 정부가 국정우선순위를 잘못 잡고 정책표류를 거듭한 데 대해 겸허하게 자성(自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경제 활성화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말도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이념과 과거사 문제에 매달려 있는 집권층을 보면서도 경제에 명운을 거는 정부라고 무조건 믿으라는 얘기인가.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과 중소기업 등도 경제난의 고통에서 헤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책연구소까지 경기가 내리막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면 경제의 기초체력과 잠재력마저 바닥날 날도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간헐적으로 경제 살리기를 말하지만 정부 여당이 다른 사안에 몰두하고 있음은 많은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있다. 이러고도 ‘민생을 걱정하는 정부’이며,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이 총리는 과연 믿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