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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함혜현]계급 무시한 ‘軍사법개혁’ 안된다

입력 | 2004-09-10 18:22:00

함혜현


여기저기서 사법제도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군 사법제도 개혁도 예외가 아니다. 사법개혁위원회 산하 군 사법제도개혁 소위원회가 최근 개최됐는데 헌병과 기무부대 등 군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군 검찰에 부여하는 데 대해 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군 조직체계를 민간 조직체계와 동일시해서는 올바른 해답이 나올 수 없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고 엄정한 군기가 반드시 필요한 군 조직을 민간 조직처럼 다루면 군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민영 군사기업체를 만들거나, 경찰 조직이 군을 대신해 전쟁 임무를 수행해도 된다는 어불성설을 인정하는 꼴이다. 민간의 논리가 아무리 탁월할지라도, 군에 그대로 대입되는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이 군에 거는 기대는 민간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과의 전쟁인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래서 평시에도 군은 엄격한 계급질서를 생명으로 하고 상명하복을 생활화함으로써 군 지휘권과 전투력을 보존한다.

군 검찰과 군 수사기관 간의 ‘계급질서를 무시한 상하관계 설정’ 논리를 벗어나야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군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은 더욱 강화하되, 헌병과 기무부대에 대해서는 군 수사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보장해주고 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

국가기관 사이에 힘의 논리를 이용한 일방적 지휘 감독은 통치권 옹호를 위한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국민의 인권보호를 구실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을 지휘 감독할 수는 없지 않는가. 검찰은 법률전문가로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고, 수사기관은 수사전문가로서 수사권을 갖고 검찰의 독선을 견제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특히 군은 더 그렇다.

함혜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