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발한 국산 경비행기의 일반 공개를 앞두고 시험비행을 하던 항공대 교수 2명이 추락사고로 희생됐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형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숨진 황명신 은희봉 두 교수는 기꺼이 비행을 도맡았다. 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과학기술인으로서 도전정신이 더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이공계 위기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이들처럼 투철한 사명감과 실험정신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이 평생 땀을 쏟은 항공산업은 21세기의 기술 발전을 주도할 기간산업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지난해 유인(有人)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항공산업은 몇몇 헌신적인 과학기술인들에 의해 어렵게 지탱되고 있다. 신형 비행기 개발의 전문가 두 명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희생자 가운데 은 교수는 안정적인 직업인 항공기 조종사를 그만두고 남들이 꺼리는 신형 비행기 개발에 투신했다. 항공기계학자인 황 교수도 신기술 개발에 진력해 왔다. 묵묵히 힘든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본받아야 할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험심과 개척정신이다. 이공계 위기가 초래된 것도 국가발전을 위해 소중한 이런 덕목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 아닌가. 이들이 떠난 오늘 그 빈 자리는 더욱 크고 허전해 보인다.
정부는 두 교수에게 과학기술훈장을 수여했지만 그 이상으로 이들을 명예롭게 하고 고귀한 탐구정신을 기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말로만 항공산업 육성을 떠들 게 아니라 구체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두 교수의 값진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 두 교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