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마라톤 사상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하는 정윤희와 최경희 이은정(왼쪽부터)이 오른손을 불끈 쥐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이·정·최 3인방 23일 도전
관심 가져 주는 이들은 없지만 얼굴엔 희망이 가득하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마라톤 사상 첫 메달을 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여자마라톤 ‘3인방’ 이은정(23·충남도청) 정윤희(21·SH공사) 최경희(23·경기도청)가 23일 오전 0시 아테네에서 새 신화에 도전한다. ‘태극 여전사들’은 지난달 29일 아테네에 입성해 훈련캠프를 차리고 마라톤평원을 달리며 레이스를 준비해 왔다.
16일부터는 훈련의 마지막 단계인 탄수화물 보충을 위해 ‘지옥의 식이요법(3일간 단백질, 3일간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진행 중.
‘여름 여자’ 이은정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한국 최고기록(2시간26분12초)에 단 5초 뒤진 2시간26분17초로 우승한 이은정은 섭씨 40도에 버금가는 아테네의 뜨거운 날씨에도 온몸을 덮는 운동복을 입고 달린다. ‘죽음의 코스’로 불리는 아테네 클래식코스에 대비해 대관령 고갯길에서 60일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끝낸 뒤 현지 적응훈련까지 잘 마쳤다.
“전 더운 날씨 체질인가 봐요. 덥다는 느낌이 전혀 없어요. 큰 경기가 처음이라 부담은 되지만 꼭 일을 내고 싶어요.”
정윤희(2시간30분50초)와 최경희(2시간30분19초)도 큰 부상 없이 ‘지옥의 훈련’을 참아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초반부터 함께 선두그룹에 따라붙어 끌어주고 밀어주며 레이스를 펼칠 예정. 8km부터 시작돼 32km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서 선두를 따라가다 마지막 10km에서 승부수를 띄울 생각이다.
“힘든 훈련을 잘 마쳐 감이 좋아요. 코스가 어렵지만 다 똑같잖아요. 기대해 주세요.”
1936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금),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황영조(금), 96 애틀랜타 올림픽 이봉주(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온 남자마라톤에 비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항상 뒷전에 밀려왔던 한을 떨치겠다는 이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최선근 SH공사 감독은 “코스가 어려워 장담은 못하겠지만 셋 중 하나는 일을 낼 것 같다. 강도 높은 훈련을 무리 없이 마쳤고 현지 적응훈련도 잘했다”고 말했다.
우승 후보 0순위는 ‘마라톤 여제’ 폴라 래드클리프(영국). 그는 2시간15분25초의 세계기록 보유자다. 랭킹 2위(2시간19분39초) 캐서린 은데레바(케냐)와 아시아기록(2시간19분39초) 보유자인 중국의 순잉제도 우승에 도전한다.
한편 이날 레이스엔 2002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여자마라톤 챔피언인 북한의 함봉실도 출전해 마라톤평원의 ‘남북 대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