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경관 살해범 도피 1주일]배고픔 못이겨 민가 침입

입력 | 2004-08-09 18:43:00


경찰관 2명을 살해한 이학만씨(35)는 1주일 동안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일대의 한강시민공원과 야산 등지에서 음료수로 연명하며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검거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복부 등을 찔러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씨는 9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씨의 진술과 경찰 조사를 토대로 이씨의 날짜별 행적을 재구성했다.

▽1일=이씨는 선배 김모씨(38·구속)와 자신이 몰던 택시로 애인 이모씨(35)를 만나기로 한 서울 신촌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이씨는 준비해 둔 흉기를 김씨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 여자가) 말을 안 들으면 죽여 버리고, 나도 죽으려고 합니다.”

오후 9시25분경 커피숍에서 기다리던 심재호 경사 등이 수갑을 채우려 하자 흉기로 찌른 뒤 자신의 택시를 타고 인근 서강대 방향으로 도주했다. 이씨는 경황이 없어 어딘지도 모르고 한참 시내를 돌아다니다 강서구 개화동 부근의 한 저수지에서 몸과 옷에 묻은 피를 씻은 뒤 차 안에서 젖은 몸을 말렸다.

▽2일=새벽부터 이씨는 다시 택시를 몰고 다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띄는 영등포구 신길6동 주택가에 택시를 버렸다. 오전 1시3분 영등포구 신길6동 주택가 폐쇄회로TV에 이씨가 몰던 택시가 지나가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

이씨는 인근 다세대주택 빨랫줄에 널려 있던 바지와 흰색 긴소매 티셔츠를 훔쳐 입은 뒤 택시를 타고 이날 오전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한 여관에 투숙했다. 오전 9시경 이씨가 버린 택시가 경찰에 발견됐다.

▽3∼7일=이씨는 여관에서 나와 이날 오전 구로구 구로동에서 크레도스 승용차를 훔쳤다.

강서구 한강시민공원 개화6관문 주변 중장비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둔 뒤 낮에는 인적이 드문 개화산에 들어가 잠을 자고, 날이 어두워지면 방화대교 옆 한강 둔치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와 물을 사 마시는 생활을 반복했다.

주차한 곳과 자판기간 거리는 직선거리 150m 정도로 이씨는 이곳만 왔다 갔다 했다.

▽8일=허기를 참지 못한 이씨는 인근 방화동 주택가로 나왔다. 오후 2시경 H빌라의 박모씨(49·여) 집 창이 열린 것을 보고 몰래 들어갔다가 박씨의 기지로 경찰에 붙잡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