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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정원 외교부 시계는 몇 시인가

입력 | 2004-07-08 18:50:00


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에도 국가정보원과 외교통상부가 국민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소홀해 지탄을 받고 있다. 테러 가능성을 엄중 경고하고 한목소리로 해외여행 자제를 촉구해야 할 국가기관의 직무유기가 또 드러난 것이다. 김씨를 잃고 슬픔과 분노로 몸을 떨었던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어제 오후까지 국정원 홈페이지 ‘안전해외여행’란의 최신 소식은 ‘이라크 치안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4월 9일자 글이었다. 김씨 사건 이후 정부가 특정지역 여행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는데 ‘이라크 지역을 여행할 경우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는 옛날 얘기를 전했다. 김씨 피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국민에게 위험을 알리기는커녕 국정원의 무사안일만 드러낸 꼴이 됐다.

외교부 홈페이지도 나을 게 없다. 자유게시판에 외교부를 질책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으나 정작 ‘해외안전정보’란에서는 김씨 사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다가 언론의 지적이 나온 어제서야 황급히 경고문을 게재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외교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국민을 상대로, 또는 국회에서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실무자들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런 형편인데 누가 국정원과 외교부에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믿겠는가. 국정원과 외교부의 뿌리가 변해야 한다. 김씨 피살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감사원과 국회의 노력이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