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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주니 오르더라”…부모신뢰가 성적에 좋은 영향

입력 | 2004-07-08 18:50:00


《‘부모의 신뢰’가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경쟁의식 및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 분위기도 성적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申宗昊) 교수는 최근 서울대 재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공부를 잘하게 된 원인’에 대해 심층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어문계열 22명, 인문사회계열 17명, 자연계열 61명, 기타 20명이며 이 중 남학생과 여학생은 각각 50명, 68명으로 2명은 성별을 밝히지 않았다.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가족 요인(부모의 신뢰, 형제관계) △학교 요인(교사, 친구, 학교 분위기) △목표의식 및 경쟁의식 △노력, 계획 및 실천의지 등이 작용했다.(중복응답 허용)

▽가족요인〓특히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70명(58%)이 ‘부모의 신뢰’를 꼽아 부모의 긍정적인 기대가 자녀의 학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부모가 자신을 믿고 격려해 준다는 것을 느꼈던 구체적 사례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자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도록 했으며 △수십권의 책 목록을 내밀었을 때 집안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두 구입해 줬던 점 등을 꼽았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부모의 신뢰’를 꼽은 응답자가 48명으로 전체 여학생의 70.6%를 차지했다. 남학생은 42%인 21명이 부모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해 여학생이 부모의 기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장손 혹은 외아들로 주변의 관심을 많이 받는 가족 분위기 덕분’(19명)이라거나 ‘공부 잘하는 형과 언니를 따라 학업에 흥미를 느꼈다’(19명)는 답변도 많았다.

▽경쟁, 목표의식 등〓‘비평준화 지역 특유의 열정적인 학교 분위기가 도움이 됐다’는 답변도 27명(23%)이나 됐다. 이들은 학교간 경쟁이나 학교에 대한 자부심 등이 학습효과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강한 경쟁의식이 공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학생이 40명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원하는 삶이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공부했다’는 답변(27명·23%)보다 훨씬 큰 수치. 신 교수는 “선의의 경쟁을 위한 자극이 주어지면 학습효과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비평준화 지역에서 학교 분위기가 도움이 됐다는 학생이 많은 것은 동질적인 집단에서 학습 효율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자아효능의식(35명·29%)도 중요한 요인이 됐다.

신 교수는 “부모가 자녀의 생각을 이해해 주고 자녀의 능력을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경우 학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부모는 자녀가 학습의 의미를 인식하도록 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