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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과 꿈꾸는 행복한 여름…서울시립미술관서 특별전

입력 | 2004-07-06 18:23:00


《15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색채의 마술사-마르크 샤갈’전(10월 15일까지)은 파리의 그랑 팔레(2003년 3월 14일∼6월 23일)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2003년 7월 26일∼11월 4일)전에 이은 순회전이다. 50만 관람객을 모았던 그랑 팔레전, 역대 전시 중 최고라는 평을 들었던 샌프란시스코전에 선보인 작품들이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라 가히 블록버스터급 전시라 할 만하다. 전체 작품 가격만도 보험가 기준으로 약 1억달러(약 1200억원)에 이른다.》

50∼100호 이상 대작 위주의 유화 60여점을 포함해 판화 데생 과슈 등 총 120여점은 프랑스 니스 국립샤갈미술관, 모스크바 국립 트레티아코프 화랑, 스위스 샤갈재단, 파리 퐁피두센터, 파리 시립미술관 소장품들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화풍이 바뀌는 시점에 그려진 ‘결정적 그림’들과 러시아→프랑스→미국→프랑스로 이어지는 샤갈의 활동시기별 대표작들이 망라되어 미술사적 의미에서도 선진적인 전시 양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세계=샤갈(1887∼1985년)은 고흐, 고갱, 마티스, 피카소와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적 인기작가다. 특히 우리에겐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 인용될 정도로 친숙하다. 1887년 러시아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나 1985년 사망한 샤갈은 100년 가까이 살며 이국(異國)을 떠돌았고 그 와중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 러시아 혁명, 나치 박해 등 굵직한 고난들을 겪었다.

그러나 한번도 어떤 주의, 주장, 단체에 머문 적이 없다. 유대인이면서도 종교에 집착하지 않았고, 파리 뉴욕 등지에서 숱한 예술인들과 교류했지만 어느 유파에도 가담한 적이 없다. 이런 부유(浮遊)와 변경(邊境)의 삶은 그의 작품 세계에 그대로 녹아 있다.

중력을 무시하고 우주 유영을 하듯 날아다니는 꽃, 사람, 동물, 집들은 ‘떠나 있지만, 매이지 않는, 그러기에 떠돌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표현한 것이며 중력이라는 질서가 지배하는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유한성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미술사가들은 평하고 있다.

샤갈 작 ‘도시 위에서’(1914∼1918년). 도시를 나는 한 쌍의 연인을 그린 이 작품은 러시아 트레티아코프 국립화랑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으로 가격이 약 110억원에 이르러 이번 전시작품 중 가장 비싸다.-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외국인으로, 유대인으로, 방랑자로 신산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그림에는 분노가 없다. 삶의 즐거움과 행복한 꿈이 가득하다.

그의 그림이 양식과 유파를 뛰어넘어 세계인들에게 서정과 꿈, 순수성과 영적인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샤갈이 평생 천착한 주제가 시대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이었기 때문이다.

▽감상 포인트=이번 전시의 테마는 연인, 상상의 세계, 프랑스 시기, 서커스, 성서 이야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지중해 등 7가지. 특히 주목되는 것은 1920년 모스크바 연극 극장의 패널화로 제작된 ‘유대인 극장’ 시리즈(4점)다. 215cmX110cm의 대작으로 1970년대에 발굴돼 보수작업을 거쳐 1995년 파리시립미술관 전시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그랑 팔레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번에 소개된다. 또 ‘도시 위에서’(1914∼1918년)는 마을 위 공중을 나는 한 쌍의 연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현존 샤갈 작품 중 가장 비싸다(110억원). 서울 전시 후에는 부산시립미술관(11월 10일∼내년 1월 15일까지) 전시로 이어진다. 관람시간 평일 오전 10시반∼오후 9시(토 일 공휴일 오후 7시까지). 입장료 성인 1만원. 청소년(13∼24세) 8000원, 어린이(7∼12세) 6000원. 02-724-2904, 02-2124-880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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