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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인 ‘국민투표’권한 없는 국회에 떠넘겨

입력 | 2004-06-18 22:59:00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논란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면서 국회에 의사결정을 미뤘다.

그러나 현행법상 국가의 중요사안을 놓고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권한은 대통령만이 갖고 있어 국회 차원의 논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헌법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국회는 국민투표에 관한 정치적 주장이나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을 뿐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결정할 권한(국민투표 부의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앞선 발언도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권한 소재 규명과 관련해 혼란을 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14일 “당선 후 1년 안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당시엔 신행정수도 건설 및 이전 비용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논란이 거셌던 만큼 노 후보가 대통령 당선 후에라도 민의를 확인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후인 2003년 2월 5일 국정토론회에서 “국민투표 얘기를 한 것은 여야간 충돌 때문에 국회에서 저지될 경우에 대비해 마지막 수단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투표 부의권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 이후 신행정수도 건설 및 이전 프로젝트는 대통령 직속의 신행정수도추진기획단에서 실무를 맡아 추진해 나갔으며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2003년 12월 29일 신행정수도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 추진 시한으로 약속한 2003년 12월 18일에서 열흘이나 지난 뒤였다. 이 과정에서 범국민적 동의를 구하려는 정부의 뚜렷한 공론화 작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18일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는 바람에 공약을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 실천하려고 해도 이행할 기회가 없게 됐다”고 밝힌 것은 당시 상황과도 어긋날 뿐 아니라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민투표 부의권을 외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