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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바시 요이치 칼럼]美-英-佛-러-印의 ‘G5’

입력 | 2004-06-17 18:45:00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은 참가국들에 몇 가지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우선 형태는 다자외교지만 실제는 양자외교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G8와 특별초대국인 요르단 정상간 개별회담이 이뤄진 횟수는 40회에 이른다. 미국이 8회, 일본이 6회, 프랑스 러시아가 각각 5회씩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최국인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다자회담보다 개별회담을 선호하는 점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G8 다각주의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희박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은 당초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G8 외무장관 회담 보류 의사를 내비치다 일본 등의 설득으로 마지못해 개최한 사연이 있다.

다음으로 일본의 ‘대표’ 자격에 대한 의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기자회견에서는 “일본은 언제까지 아시아를 대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잇따랐다. 중국의 G8 가입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은 언제나 아시아의 문제를 생각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일본은 아시아의 이해를 G8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중국도 G8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리를 일본은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중국은 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G8회의에 초대됐다. 내심 올해도 초대를 받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을 부르지 않았다.

내년 G8 개최국인 영국은 일찌감치 중국을 초대하는 문제를 놓고 회원국과 협의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식 가입은 아직 무리다. 하지만 환경 에너지 등 개별 테마에 한해서는 중국의 상시 참가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G8가 중국 인도 브라질을 초대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북-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보듯 정상외교는 리스크도 크다.

올 4월 인도 뉴델리에서 만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의 외교안보보좌관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그 후 바지파이 총리가 선거 패배로 물러나면서 이 보좌관도 사임했다.) “지금 세계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의 외교보좌관에 의한 ‘G5’가 만들어지고 있다. 전화와 e메일의 네트워크로 형성된 G5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외교고문이 자신의 상대라고 소개했다. 2002년 여름 인도와 파키스탄간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는 거의 매일 정보를 교환했다. 영국 러시아와도 각각 총리 및 대통령의 보좌관과 자주 통화하고 필요할 경우 정상끼리 직접 통화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배운 것은 통치권자에게 올바른 정보가 입력되지 않는 의외의 현상이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쪽은 무엇을 현안으로 여기는지, 상대방이 어떤 것에 특별히 주의해 주면 좋을지 등을 오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작년 봄 일본을 방문한 그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관방장관과 만나 일본도 ‘보좌관 네트워크’에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후쿠다 장관이 “일본은 그런 기능이 없어서…”라며 난색을 표하자 그는 “일본에서 내 상대가 될 만한 인물을 지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일본 정부는 ‘현안이 있으면 외상과 협의하시기 바람’이라는 답신을 보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일본 외상의 상대는 (내가 아니라) 인도 외무장관이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