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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탄핵방송 편향적]‘시사프로 멘트’ 탄핵반대 27-찬성 1건

입력 | 2004-06-10 23:47:00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한국의 TV 방송이 미디어의 존재 조건인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와 견해를 공정하게 보도했는가.”

한국언론학회는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관련 프로그램을 분석하면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들이댔다. 그러나 10일 공개한 보고서 ‘대통령 탄핵 관련 TV 방송 내용 분석’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한국언론학회는 방송 3사가 정규 뉴스에서 내보낸 일부 탄핵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편향’의 정도를 넘어 ‘일탈적 편향’이라고 평가했다. ‘일탈적 편향’이란 ‘스스로 만든 공정성 규범을 심하게 일탈한 것’이다.

한국언론학회는 방송사들이 공정성과 관련해 자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편파 보도를 한 데 대해서는 “탄핵안 가결을 합법적이지 않은 일탈적 행위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계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시청자들의 신뢰가 생명인 방송사에 ‘극형’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메인 뉴스의 편향성=언론학회는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시 뉴스’ 등 12∼18일 방송 3사 메인 뉴스의 탄핵 관련 보도와 12, 13일 탄핵 관련 뉴스 속보 등 977개의 아이템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탄핵과 관련해 보도한 인터뷰의 편향성이 지적됐다. 탄핵반대 인터뷰가 뉴스 아이템당 평균 0.51개, 찬성이 0.32개였다. 특히 시민 반응과 관련한 인터뷰는 탄핵반대가 뉴스 아이템당 평균 1.01개, 찬성 쪽은 0.24개로 거의 4배 차이가 났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면 구성이나 자막도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분석됐다. 탄핵과 관련한 합성 화면을 내보낸 658개의 뉴스 아이템 중 탄핵반대 주장을 전달한 아이템은 13.8%였으나 찬성은 4.7%에 그쳤다. 방송사별 탄핵반대 합성 화면의 비율은 MBC 19.6%, KBS 11.2%, SBS 10.6%순이었다.

자막도 불공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막을 사용한 461개 뉴스 아이템 중 30.2%가 탄핵반대 주장을 담은 자막을 사용했고 탄핵찬성 자막은 19.1%에 불과했다. 방송사별로는 MBC의 탄핵찬성 자막 비율이 12.1%로 KBS(20.9%)나 SBS(25.9%)보다 적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편향성=3월 12∼20일 방영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탄핵 관련 내용 256건(14시간 52분)을 분석한 결과 방송 3사가 모두 편향성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는 16개 아이템으로 다뤘으나 탄핵찬성 시위는 MBC 1건뿐이었다.

탄핵 관련 시위도 촛불시위 등 탄핵반대 시위는 66건의 아이템(25.8%)에서 사용한 반면 찬성 시위 장면은 12건(4.7%)에 그쳤다.

진행자의 멘트도 중립적인 게 116건으로 80.6%를 차지한 가운데 탄핵반대는 27건(18.8%), 찬성 멘트는 단 한 건(SBS)에 불과했다.

리포트의 경우 MBC는 리포트의 21.5%, KBS는 12.7%가 탄핵반대를 두둔했고 탄핵찬성을 두둔하는 리포트는 없었다. SBS는 51건의 리포트 모두 중립적이었다.

출연자의 편향성도 문제가 됐다. KBS는 63명의 출연자가 나와 22명(34.9%)이 탄핵반대를 두둔했고 MBC는 29명 중 12명(41.4%)이 탄핵반대를 두둔했다. 탄핵찬성을 두둔하는 발언은 KBS에서 1명 있었다.

▽인식의 틀 구성(framing)의 편향성=방송 3사가 12∼20일 방영한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데도 편향성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됐다.

방송 3사는 열린우리당-촛불시위대-촛불시위 참여 시민단체-노무현 대통령-시민(국민)에 대해 개혁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민주당-야3당-박관용 국회의장-보수단체에는 반개혁, 반민주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여했다.

보고서는 방송 3사가 탄핵반대 세력을 ‘개혁, 민주 세력’과 ‘억울한 약자’로, 찬성 세력을 ‘반개혁, 반민주 세력’과 ‘부당한 강자’로 대비시켜 놓고 전자를 두둔하는 (배,비)향으로 인식의 틀을 구성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약자 분노 인식의 틀’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확산돼 ‘강자에 대한 저항’ ‘촛불 시위에의 참여 촉구’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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