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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마이니치 "美, 한국인 反美감정에 일침"

입력 | 2004-06-08 18:51:00

미국의 대규모 주한미군 감축 계획이 알려지면서 한국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배낭을 멘 미군들이 8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미 2사단 사령부 정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동두천=연합


주한미군 감축계획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은 감축이 가져올 파장과 배경 등을 일제히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미 언론은 감축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감축 배경에 대해서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일본 언론은 주일미군에 미칠 영향 등을 집중 진단했다.

▽감축 배경 분석=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LA 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규모를 2005년 말까지 줄이기로 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한국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기가 훨씬 앞당겨진 데다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감축 배경을 보는 시각은 매체마다 달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주한미군 감축이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이긴 하지만 이 방침이 통보된 시점이 ‘한미 관계가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의 권력 교체,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자주성 강조, 남북 화해무드 등을 열거하며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에 감축 배경의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 신문은 “한국인이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되고 있다고 믿게 되면 이는 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북한과 유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A 타임스는 “주한미군 감축이 노 대통령의 중도좌파 정부 출범으로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인식이 한국 내에 있다”고 보도했다. LA 타임스는 연세대 이정민 교수(정치외교학)의 말을 인용해 “포퓰리스트, 민족주의자, 반미주의자가 세력을 얻었는데 지금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주한미군 감축 방침은 태평양 주둔 미군 재편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고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비중을 뒀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이제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일미군 강화될 것=일본 아사히신문은 “지역정세 변화와 군사기술 진전에 맞춰 이뤄지는 미군 재편 계획의 일환”이라면서 “주한미군 감축이 오키나와 주둔 주일미군의 증강 또는 감축 중 어느 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군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카타르로 중동의 지역거점을 옮긴 사실을 지적하고 미국의 아시아 군사전략 거점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주한미군 삭감에 따라 주일미군은 강화돼 태평양지역에서의 일본 역할은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일 동맹이 군사적으로 두드러지면 한미일 3국 연대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이번 감축 결정은 한국인의 반미 감정에 일침을 가하려는 성격도 있다”고 풀이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라크로 차출되는 주한미군 병력이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 뒤 한국에는 안보공백 불안이 커졌다”면서 “노 대통령이 강조한 ‘협력적 자주국방’ 내용이 확실하지 않아 앞으로의 대처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일안보조약과 같은 사전 협의 조항이 없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한국에서 이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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