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명(辛容明·51)씨는 ‘백수’요, 산사나이요, 작가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뒤 직장을 때려치우고 ‘완벽한 백수’로 지내며 끊임없이 산을 오른 지 꼬박 10년 만인 올 3월 산에 관한 책 한 권을 펴냈다.
지금도 평범치는 않지만 그는 원래 ‘문제아’였다. 중학교 시절 무단가출과 싸움질을 일삼다 퇴학당해 학교를 옮겨 다니느라 남들보다 3년이나 늦게 졸업했다. 고교 땐 관심을 갖고 개인 상담을 해준 교장선생님 덕분에 ‘반짝 모범생’이 됐다. 독서와 서예 등 글쓰기의 밑바탕을 그때 닦았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20대에 들어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첫 직장이던 관광호텔에서 상사와 한바탕 충돌을 빚곤 회사를 그만 뒀고, 교통사고를 내 2개월여 감방 신세도 졌다. 20대 후반 가까스로 공기업에 취직했지만 낙하산을 타고 온 임원과 맞서다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다. 그 임원에 대한 미움을 삭이느라 시작한 것이 바로 산을 타는 일.
마흔 살을 넘기며 직장생활도 안정을 찾고 진급도 예정돼 있었지만 돌연 사표를 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의 글쓰기 무대는 산. 산과 글쓰기에만 매달리느라 전혀 수입이 없었지만, 어려울 때면 늘 주변의 도움으로 ‘굶지는 않았다’고 한다. 신씨는 “산의 하찮은 풀과 우리의 삶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면서 “모든 삶엔 계획된 프로그램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 400여곳의 산을 돌아다녔다. 삼각산의 ‘옹골찬’ 매력에 빠져 이곳만 1200번을 찾았다.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부터 북한산으로 불리지만 그는 고려 때부터 이어온 ‘삼각산’이라는 이름을 고집한다. 우리의 기상을 꺾기 위해 일제가 북한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쓴 산에 관한 책은 철학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처럼 정말 자연에 관해 잘 설명한 책 한 권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저서 ‘내 속에 산을 얻었으니’의 영문 번역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