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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옹박-무에타이의 후예

입력 | 2004-05-27 21:06:00

태국영화 '옹박'은 국내에는 아직 낯선 태국의 전통무술 무에타이를 이용한 격렬하고 치명적 액션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영화인


《하이테크 시대일수록 인간의 눈이 목말라하는 것은 ‘진짜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그 자체다. 26일 개봉된 태국 영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의 액션 스타 토니 쟈(27)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컴퓨터그래픽도, 와이어도, 스턴트도 없이 아주 생경하고 파괴적 무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옹박’은 ‘액션밖에 없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만으로 충분한’ 영화다.

태국의 시골마을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불상인 ‘옹박’의 머리가 도난당한다. 승려를 꿈꾸며 전통무술 무에타이를 연마하던 순진한 청년 팅(토니 자)은 이를 찾기 위해 방콕으로 떠난다. 마을의 선배이자 사기꾼인 조지의 꾐에 빠져 돈벌이 격투기에 나가게 된 팅은 우여곡절 끝에 불상 머리를 갖고 있는 암흑가 보스와 맞선다.

계보를 따지자면 태국의 전통무술 무에타이를 기반으로 한 토니 자의 액션은 청룽(成龍)이나 리롄제(李連杰)처럼 리듬이나 미학을 갖고 있지는 않다. 유머를 배제하고 상대의 급소를 노려 단박에 치명타를 입힌다는 점에서 리샤오룽(李小龍)의 이미지에 가깝다.

그의 격렬하고 치명적인 무술은 관객으로 하여금 때리는 주인공이 아니라, 오히려 당하는 악한에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저렇게 내가 얻어맞는다면…’하는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토니 자는 점프와 회전으로 추진력을 얻은 뒤 팔꿈치와 무릎으로 상대의 정수리나 목, 옆구리, 복부를 가격한다. 그는 13년간 무에타이를 연마했으며, 사실상 자신의 첫 영화(그는 ‘모털컴뱃’ 등에서 스턴트 연기를 하기도 했다)인 이 작품을 위해 5년간 액션연습을 했다.

그는 제대로 맞을 줄도 안다. 이는 여느 무술 영웅들과 다른 점이다.

그는 또 예술적으로 달아날 줄도 안다. 공중회전으로 기름 가마 뛰어넘기, 일자로 다리 뻗어 트럭 밑 통과하기, 허들처럼 자동차 뛰어넘기, 줄지어선 적들의 어깨 밟고 뛰어넘기 등 마루운동이나 무용에 가까운 진기명기로 도주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슬로 모션과 리플레이(결정적 순간을 연거푸 반복해 보여주는 것) 기법은 그의 액션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들이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이는 토니 자가 보여줄 수 있는 액션 레퍼토리를 한정된 시간 안에 가장 개연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경제적 스토리 라인이기도 하다.

태국의 명물인 ‘툭툭’(삼륜차의 일종)을 등장시킨 자동차 추격장면도 짜임새 있고 독특하며 강력하다. 지난해 초 태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를 보고 ‘레옹’을 연출한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이 “국제 감각이 필요하다”며 편집을 자청했는데 한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는 뤽 베송의 재편집본이 상영된다.

홍콩 누아르의 음울하고 처절한 분위기와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속도감과 리듬감이 만난 이 영화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효심, 회개, 희생이 주는 신파적 감동도 잊지 않는다.

앞으로 토니 자가 리샤오룽과 청룽, 리롄제에 이은 시대의 무술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에겐 자신만의 영화적 정체성(독특한 표정, 괴성, 외모, 스타일)과 카리스마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천재는 ‘첫술에 배부른’ 법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