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 논란이 정치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당선자는 22일 KBS TV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해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5번째 안에 드는 멋진 판결”이라며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할 때 국가는 양심 실현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밝혔다. 임 당선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 사람들의 사상을 인정하느냐 안하느냐가 쟁점”이라며 “17대 국회에서 대체 복무에 관련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 입법에 대해 “군 복무기간보다 6개월 많은 30개월 동안 청소를 한다든지, 소방관서나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병역 기피 풍조 확산 우려와 관련해서는 “사병 월급을 30만원 정도까지 올리고 사병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 당선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속해 있던 법무법인 ‘해마루’ 출신이다. 임 당선자는 수년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임 당선자의 주장은 열린우리당의 공식 당론이 아닌 개인적인 소신으로 당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종걸(李鍾杰) 원내 수석부대표는 “임 당선자는 당 대표로서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라며 “아직 양심적 자유와 병역 의무 중 어느 쪽이 우선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토론회 이후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와 임 당선자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그의 주장을 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또 ‘병역거부 반대’를 주장하는 인터넷 카페도 등장했다. 임 당선자 홈페이지에 ‘병역거부’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저도 군대가기 싫었는데 의원님 덕분에 희망이 보이네요”라고 지적했고, ‘이민희망자’라는 네티즌은 “양심이 없어(?) 군대 갔다 온 선배 동료 후배님들, 그리고 지금도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들을 못난이로 만들지 말라”고 호소했다. ‘추종자’라는 네티즌은 “세대간 이념간의 분열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의 의무에 대해서조차 분열이 시작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임 당선자와 함께 토론에 나온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당선자는 “이번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며 “병역기피 풍조가 확산돼 국방력 훼손과 공론화 과정에서 심한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대변인 공식 논평을 내고 “개인의 기본권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나 헌법상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할 경우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 하는 것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