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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油 40달러 돌파]세계경제 ‘움찔’… 한국수출 ‘한숨’

입력 | 2004-05-12 18:45:00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11일 배럴당 40.08달러로 거래를 끝냄에 따라 세계 경제가 13년 7개월 만에 ‘유가 40달러 시대’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기의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는 물론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안정, 해법이 안 보인다=최근 국제 석유시장의 특징은 ‘증산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 쿼터를 하루 150만배럴가량 늘려야 한다고 10일 촉구하자 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11일 석유 시장에서는 사우디의 주장이 OPEC 회원국들의 생산 쿼터 위반량을 합법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3월 말 OPEC가 생산 쿼터 감축을 결의했지만 사우디를 제외한 대다수 회원국들은 쿼터보다 약 200만 배럴(하루 기준)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우디 석유장관의 이번 발언은 위반량을 인정해 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생산량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석유시장의 분위기다.

여기에 미군의 포로 학대와 이라크 반군들의 미국인 처형 등 중동지역 정정(政情)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는 점도 유가를 부추기는 요인.

또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투기성 자본도 석유 매집에 나서 5월 4일 현재 뉴욕상품시장(NYMEX)의 석유 순매수 포지션은 3월 말보다 4만계약이 많은 6만5548계약에 달했다.

▽한국 경제 타격=에너지경제연구원이 12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산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에 이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67%, 경상수지는 18.6%, 고용은 3.06%, 실질임금은 2.1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GDP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3.67% 감소하면 경제성장률도 3%포인트 가까이 줄게 된다. 정부가 목표로 했던 5%대 성장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또 소비자 물가는 1.53%포인트, 이자율은 7.96%포인트 올라 소비와 투자부문의 심각한 위축을 불러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헌(金太憲) 책임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면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 악화가 어느 정도 상쇄되지만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품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져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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