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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급제’ 1등급 아파트엔 특별한게 있다

입력 | 2004-05-06 18:51:00


‘배기량, 출력, 연비….’

자동차의 성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들이다. 아파트 성능도 이처럼 쉽게 파악할 수 없을까. 업체마다 ‘웰빙’을 내세우지만 광고만 봐서는 품질을 알 수가 없다.

이 같은 고민은 올 하반기부터 조금씩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단계적으로 아파트 품질 등급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파트에 항목별로 기준을 정해 등급을 매기고 공개하는 제도.

정부는 최근 소음과 실내 공기의 질에 대해 일부 등급제를 도입했으며 내년 말쯤에는 10여개 항목에 대해 전면적인 등급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어떤 아파트가 살기 좋은 아파트인지 파악하는 요령을 알아본다.

▽건강한 아파트=삼성건설은 하반기부터 10여개 항목에 대해 등급을 매겨 공개키로 했다.

이 회사 김승민 상품기획팀장은 “건강한 아파트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으로 공기, 음(音), 수질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중 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5월말부터 시행키로 했다. 업체들이 아파트 입주 전에 실내 공기 중 유해물질 농도를 60일간 공고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아직 농도에 따른 등급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표적 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농도 권장치는 일본 0.08ppm, 미국 0.1ppm, 세계보건기구(WHO) 0.08ppm 등이다.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유복희 박사는 “‘새집증후군’을 줄이는 데는 천연마감재를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공기순환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기 시설과 함께 외부 공기를 유입시키는 시스템이 적용된 아파트라면 일단 실내 공기 질을 신뢰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소음은 아파트 생활의 불편 중 하나다. 정부는 층간 소음 중 경량충격음(가볍고 딱딱한 물체를 떨어뜨릴 때 나는 소리)에 대해 4단계 등급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중이다.

국내 업체들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한 분야는 무거운 물체를 내려놓을 때 나는 ‘중량충격음’이다. 이 소음을 줄이려면 바닥(층간 콘크리트)이 두꺼워야 한다. 국내 아파트의 바닥 두께는 보통 135∼150mm. 최근 180mm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모델하우스에서 “바닥 두께 180mm에다 ‘뜬바닥’ 구조(바닥을 구성하는 콘크리트와 온돌마루 사이에 완충재를 넣는 구조)”라고 설명한다면 음(音) 분야 1등급을 예상할 수 있다.

수질은 △녹이 쓸지 않는 특수 파이프 사용 △저수조에 살균소독조 설치 △수도 도입관에 특수금속코팅 등을 적용하는 아파트라면 높은 수질을 기대할 수 있다.

▽골고루 등급 높아야=건설교통부 주거환경과 서정호 사무관은 “모든 분야에서 두루 높은 등급을 받아야 성능이 좋은 아파트”라고 말했다. 조경, 열 효율, 가변형 실내 구조 등의 등급도 빼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내력벽(건물 안전을 위해 철거가 금지된 벽)이 아니라면 벽체가 가변형이면 좋다. 대지면적 대비 조경면적의 정부 기준은 30%.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면 조경 등급이 높다.

열 효율은 관리비와 직결된다. 온도조절장치, 시스템창호, 창문 크기(남향은 크고 북향은 작게), 두꺼운 유리 등으로 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입주자가 만드는 건강 아파트=주택공사 기술연구소 조완제 연구원은 “쾌적한 아파트를 만드는 데는 아파트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입주자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공은 집안 공기 관리 요령으로 환기를 강조했다. 봄, 가을에는 춥지 않을 정도로 창문을 5∼20cm 열어놓고 생활하고, 겨울에는 2∼3시간 주기로 창문을 5∼10분간 열어놓는 게 좋다. 벽지나 바닥재는 창문을 자주 열어놓는 여름철에 교체한다.

방향제 대신 숯을 사용하는 등 자연재 생활용품 사용도 건강아파트를 만드는 요령. 벤저민, 고무나무 등 유해물질 흡착효과가 있는 식물도 키워볼 만하다.

일본 건설성과 후생성의 연구에 따르면 바닥재의 포름알데히드는 시공 120일 후 초기의 8분의1, 벽의 포름알데히드는 시공 60일 후 초기의 15분의 1로 줄어든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는 집이라면 새 아파트 입주를 한두 달 늦추는 것도 좋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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