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로.’
1970년대 연탄 하나로 재계 10위 안에 들었던 대성그룹이 도시가스를 거쳐 문화산업에 뛰어들었다.
대성그룹은 2001년 창업주인 김수근 명예회장 사망 이후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 등 8개사 △차남 김영민 회장이 서울도시가스 등 5개사 △3남 김영훈 회장이 대구도시가스 등 20개사를 맡는 구도로 분할됐다. 이 가운데 김영훈 회장이 앞으로는 문화산업이 반도체산업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문화산업 진출을 선언한 것.
김 회장은 3월 전경련 산하 문화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영화와 게임에 승부를 건다=대성그룹은 2002년 문화산업 투자를 위해 창업투자사인 ‘바이넥스트하이테크’를 인수했다.
첫 작품은 작년 3월 영국의 팝가수인 클리프 리처드의 한국공연 프로젝트에 1억5000만원을 투자한 것. 영화는 ‘올드보이’에 3억원을 투자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부문까지 진출하면서 수익률이 100%나 됐다.
바이넥스트는 본격적인 영화 투자를 위해 작년 12월 엔터테인먼트 펀드 100억원을 결성했다. 현재 상영 중인 ‘범죄의 재구성’과 제작 중인 ‘투가이즈’(박중훈 차태현 주연), ‘늑대의 유혹’(조한선 주연) 등에 투자했다.
문화산업 진출의 다른 한 축은 온라인게임. 대구도시가스의 기반인 대구는 섬유 건설 등 산업기반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가 어려운 편.
대구시는 2015년까지 게임 모바일콘텐츠 캐릭터 등 문화산업 육성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대성그룹은 대구시와 공동으로 온라인게임을 키우겠다는 것.
김 회장은 “국내 게임업체의 개발능력은 수준급이지만 유통능력이 취약하다”며 “대성은 국내에서 개발한 게임을 외국에 수출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성의 한계를 극복한다=현재 도시가스 업계는 한 회사가 특정지역에 파이프를 깔고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지역 독과점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한국가스공사 민영화를 계기로 경쟁체제를 도입해 도시가스 업계의 지역분할 구도를 깨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금은 가스공사 민영화 작업이 지연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
또 도시가스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대구지역은 도시가스 보급률이 55%로 서울(90%)에 비해 낮다. 대구도시가스는 2010년까지 보급률을 70%까지 높일 계획이지만 이때쯤이면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려워진다.
대성그룹이 미래산업을 찾을 수밖에 없는 두 가지 근본적 이유다.
김 회장은 문화산업에 뛰어든 이유로 특이하게 ‘에너지 안보’를 들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한국을 이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에너지 부족현상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이들을 이웃으로 끌어안는 게 꼭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영화 연극 게임 등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인도네시아 등에 전파하고 이웃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