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청이 뒤숭숭하다.
부산시장 권한대행인 오거돈(吳巨敦·56) 행정부시장이 출마를 예고한 가운데 허남식(許南植·55) 정무부시장이 28일 한나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자 시청 내부는 물론 시민들조차 ‘집안싸움’을 걱정하고 있다.
행정고시 14회인 오 권한대행과 19회인 허 부시장은 부산시정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시정을 이끌 적임자로 꼽혀온 인물.
공식적으로는 오 권한대행이 먼저 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부산시정 발전을 위해 여러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시장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힘 있는 시장론’을 두고 열린우리당 쪽으로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권한대행은 후보자등록일인 다음달 21일 전까지 시정을 수행한 뒤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허 부시장은 운수업체와 관련된 공무원의 뇌물수수사건인 ‘동성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에 불려 갈 때까지만 해도 출마에 뜻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자 이제 공직자로서 자신의 거취를 정리해야 할 때라고 판단해 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두 부시장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시청의 조직과 업무를 꿰뚫고 있는 것만큼 내외부에서는 벌써부터 줄서기와 편 가르기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시의 한 간부는 “가장 최악의 사태로 우려한 케이스가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며 “ 조만간 오 권한대행이 사퇴할 경우 기획관리실장이 시장권한대행을 할 수도 있는 초유의 상황이 예상된다”며 시정 차질을 우려했다.
공무원노조 부산시지부 홈페이지에는 28일부터 ‘두 부시장은 단일후보로 나서야’, ‘부산시 공무원 두 쪽으로’, ‘동성게이트 연루자 시장출마 부산시공무원 두 번 죽이는 꼴’ 등 우려와 걱정, 비난성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시 산하 공사 및 공단 간부와 퇴직 공무원이 이미 특정 부시장 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시청은 물론 시 관련 기관까지 어수선한 분위기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