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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美웰스파고은행 수석부회장 “中거품붕괴 대비해야”

입력 | 2004-04-19 17:51:00

손성원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회장은 “총선 이후 한국이 대내외 경제 악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주일기자


《총선 이후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은 총선이후 정부의 최대 과제로 ‘경제 살리기’를 꼽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수출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나아질 전망이지만 극심한 내수(內需) 부진으로 국민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수 부진의 원인인 신용불량자 문제와 실업난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총선을 즈음해 서울을 찾은 손성원(孫聖源·60)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의 전망 및 과제를 들어보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손 부회장은 아시아 각국의 국가신용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홍콩과 중국 상하이를 거쳐 최근 방한했다. 손 부회장은 매년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발표될 때마다 미국 주요언론이 앞 다퉈 인터뷰 요청을 할 정도로 경제전망 분석 능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거품 붕괴 가능성, 한국의 강성노조와 신용불량자 문제 등 3대 악재에 대비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손 부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우선 그가 꼽은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은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 가능성이다. 머지않아 중국 경제의 거품이 붕괴돼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

“중국에선 기업대출 부실에 이어 최근에는 개인대출 부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들은 빌린 돈으로 집이나 자동차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 개인대출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자기들은 자료도 없고 능력도 없다며 대출자가 자동차나 집을 사면 그게 담보가 아니냐고 하더라. 언제 부실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경제 호황의 이면을 보여주는 지적이다.

손 부회장은 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최근 은행의 부실 자산을 정리해주기 위해 계속 돈을 투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거품소비가 꺼지게 되고 이를 겨냥한 한국의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론 강성노조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손 부회장의 진단.

그는 한국의 강성노조가 실업문제를 악화시키고 해외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을 5∼6%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침체된 이유는 90만명을 넘어선 실업자 문제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노조가 강해 직원을 한 번 채용하면 나가라고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채용을 안하거나 1년 단위로 채용한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제조현장을 세계 어디든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마당에 외국인들이 노조가 무서워 한국에 투자를 안하려 한다면 국내 실업난은 치유하기 어려운 만성질환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

노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손 부회장은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분배도 중요하고 노조도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노사가 서로 양보해서 함께 살아갈 방안을 궁리해야 할 때라는 것.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해 손 부회장은 금방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하반기에 신용불량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미국도 80년대 초반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사람들의 소비심리는 한 번 움츠러들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용불량자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는 얘기다. 일시적으로 그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

손 부회장은 “실업과 신용불량의 해결책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을 줄이면 내수가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되고 실업률은 줄어든다. (신용불량자들이) 돈을 못 갚는 이유 중 하나는 수입이 적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중산층 이하 및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낮추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문제는 정석대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손 부회장은 특히 “한국에서는 자원이 사람밖에 없다”며 “중국이 하루에 100마일을 가면 한국은 120마일을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한국 정부는 문제가 있으면 시장자율에 맡기지 않고 어떻게든 간섭해 고치려 한다”며 “앞으로는 되도록 시장에 간섭하지 말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손 부회장은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선 낙관론을 펼쳤다.

최근까지 미국 경제 회복의 견인차는 소비였지만 지금은 설비 및 건설 투자가 성장을 이끌고 있어 경제에 전체적으로 생기가 돌고 있다는 것. 손 부회장은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어서 미국 경제는 한동안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테러리즘과 급등하는 유가(油價)가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37달러선이다. 지난해만 해도 올해 유가를 20달러∼25달러선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계속 올라가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외부 충격만 없다면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 이에 힘입어 일본 유럽 등의 회복세도 뚜렷한 것으로 평가했다.

대담=임규진차장 mhjh22@donga.com

정리=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손성원 수석부회장은

손성원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회장은 미국 월가의 ‘코리안 파워’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피츠버그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29세에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의 수석경제관을 지냈다.

1990년대 초에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맞서 미국의 금리 인하 조치를 이끌어내 걸프전 이후 미국과 세계경제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그는 차기 FRB 의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2년 그를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경제전문가로 뽑기도 했다.

△44년 광주 출생

△62년 광주일고 졸업

△65년 플로리다주립대 졸업

△72년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73∼74년 미 백악관 수석경제관

△74년 웰스파고은행 입행

△78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