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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매니아칼럼]임선동의 한계…4.8 LG 대 현대 경기 관전평

입력 | 2004-04-08 22:33:00


먼저, 오늘 승리의 결승점을 뽑아 준 김상현의 (정말 고대하고 고대하던) 괴력의 장타와 '끌어당기기 왕자' 조인성의 결대로 '밀어친' 굳히기 안타, 그리고, 승리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던 '돌아온 마당쇠' 신윤호와 믿음직한 모습으로 마지막에 우뚝 서 있던 '진필중' 등의 '승리의 방정식'들에게 감사 드리면서 관람평을 시작하겠다.

- 임선동의 한계

임선동은 90년도 초반의 엘지팬이라면 애증의 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사연 많은 (그만큼 파란만장한) 선수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어느 팀에서 뛰던지) 부활해 주길 기대하였건만 이미 32살의 나이로는 너무 늦지는 않았나 생각이 된다

임선동의 특징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묵직한 공이다. 100키로의 체중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은 마치 빗물에 젖은 야구공을 때리는 느낌처럼 손목이 찌릿하리라 생각된다. 한 때는 140대 중반을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뿌렸지만 현재는 140초반의 공을 던지는데 종속이 좋아서 빠르게 느껴진다.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이 멋있고 (시각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로케이션이 뛰어나고, 위기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 '영감' 소리를 들을만큼 포커 페이스라서 만약 예전처럼 140후반대의 패스트볼을 회복하기만 한다면 (선동렬은 아니더라도) 정민태에 버금가는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구질이 깨끗하고 가끔 성질이 나면 컨트롤이 흔들리며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오늘 임선동은 3,4회에 걸쳐 안타와 사구를 남발하였다. 투수라면 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겠지만 오늘의 임선동은 좀 남달랐다. 평소의 임선동이라면 실투성 공을 맞던지, 아니면, 순간적으로 컨트롤이 흔들려서 맞았던지 할 텐데 오늘의 경우엔 칼끝같이 로케이션된 공을 맞은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볼 스피드가 140대 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통파 투수인 그로써는 자신의 주무기로 삼아야 할 공은 뭐니뭐니해도 패스트볼이다. 브레이킹볼이 환상으로 들어간다 해도 결국엔 패스트볼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그러나, 130대 후반의 패스트볼은 결정구로 삼을 수가 없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는다 해도 타자가 짧게 들어오면 굳이 코스를 노리지 않더라도 깨끗하게 맞아 나갈 수가 있다. 특히, 예전 같으면 하위 타선에서는 맞춰 잡으며 상위 타선에서는 집중력 있게 승부하면 되었을텐데 그 스피드로는 하위 타선하고 승부하기도 버겁게 되었다.

오늘도 결국 하위타선에게 두들겨 맞은 것이 빌미가 되면서, 또, 특유의 자존심이 발동하면서 (강하게 던지려는 욕심인지 심술이 났는지) 그답지 않게 사구를 남발하고는 4회를 넘기지 못하고 쫓겨 내려갔다

임선동... 예전에 엘지에 있었을 때 자신의 생일날을 모두가 모른 척 하고 넘어간 것 때문에 '무섭게' 삐졌던 적이 있었다. 얼마나 밉게 보였으면 모두 모른 척 넘어갔을까 생각도 되고, 황태자의 자존심으로 사는 그가 화려한 아마 때를 뒤로 하고 현재의 위치로 몰락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서승화는 특별히 나무랄데 없는 구위를 가졌다. 세밀한 컨트롤과 완급 조절 등까지 바라면 더 좋겠으나 저렇게 강하게 뿌리면서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기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고 (뭐 컨트롤이 좀 안 좋으면 어떠냐. 지금처럼 힘으로 밀어 붙여도 괜찮다) 경험이 쌓이면 완급 조절은 가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스테미너를 길러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면 체중을 불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인성이 좀 더 투수를 배려하여서 더 쉽게 투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부상의 위험만 없다면 점점 스테미너도 좋아지면서 든든하게 선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포수 얘기가 나온 김에 조인성에 대해 한 마디 이야기를 해야겠다.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최고 포수의 자질로 평가되던 조인성은 김성근 감독 시절 이후 눈물 젖은 빵을 씹어 가면서 한 해 한 해 성장을 해 왔다. 어떻게 보면, 90년대 후반의 '유망주들의 무덤'이었던 엘지에 들어온 그의 슬픔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디 그 하나 뿐이었겠냐만...) 다행히, 김성근 감독을 만나면서 아직은 늦지 않은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다고 보여진다

현재, 조인성의 모습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은 조인성 스스로일 것이다. 이만큼 성장했다고 생각되지만 그야말로 '이만큼밖에' 성장하지 못한 스스로가 못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조인성은 분명 많이 성장했다. 실제적으로 타격에서는 눈에 띄는 성장이 있다. 투수 리드 역시 그렇다. 그리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남아 있다. 그 기회는 바로 박경완의 '투수를 생각하는' 리드를 보면서 배우면 된다

조인성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수 위주로' 볼배합을 해야 한다. 물론, 그 스스로는 투수 위주로 볼배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명백하게 2% 부족하다.

특히, 투 스트라익을 먼저 잡아 놓으면 무조건 높은 볼로 유도하는 것, 그것은 '공격적이길 원하는' 자신만의 투수리드다. 그가 그 공을 유도할 때는 (왜 그런 공을 유도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투수에게는 타자를 앞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하게 된다. 그래서 어깨에 더욱 힘이 들어가게 만들고 투구 밸런스도 흐트러지게 된다. 조인성 스스로 '작품'을 만들 생각으로 골몰하지 말고 투수가 어떻게 하면 편하게, 그리고 신바람나게 던질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안방마님이라는 자리는 자신을 죽이는 자리다. 투수가 못 던져도 자기 탓으로 돌려야 한다.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유도하고 독려하고 화이팅을 외치면 한국 최고의 포수가 될 자질을 가진 그는 분명 최고 포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 아직 트윈스의 공격력의 짜임새는 기대 이하의 모습이다. 오늘 경기의 승부처를 '임선동의 한계'로 뽑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긴 경기 둘 다 선발 투수의 '수준 미달의 투구'에서 비롯되었지 엘지 선수들의 가지고 있는 기량과 코칭 스탭의 작전 등이 조화된 경기는 볼 수 없었다

1점이 소중한 경기가 있고 대량득점을 해야 하는 경기가 있다. 상대의 에이스가 나온다면 한 점을 뽑는 야구가 중요하다. 좋은 구위를 앞세우는 에이스라도 틈새공략은 할 수 있다. 안타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출루'를 기대하는 타격을 하고, 출루가 되면 '진루'를 시키는 야구를, 그렇게 해서 한 점을 뽑는 야구를 해야 한다. 한꺼번에 무너질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한점한점 무너트리면 결국엔 한꺼번에 무너트릴 수 있다.

요 몇 년 동안을 생각해 보면 올해의 엘지 타선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으로 보나 짜임새로 보나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을만큼, 즉, '한 번 제대로 붙어볼 만큼' 뛰어난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 가지고는 90년도 후반의 재현밖에 안 된다. 이 능력을 집중시키고 발휘할 수 있도록 코팅스탭이 독려해야 하고, 선수 스스로도 정신 차려야 한다. 기량이 모자라 할 수 없다면 모를까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못 하는 것은 그들을 기대하는 팬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잠자코 보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한다면 실랄하게 비판할 것이다.

* 다른 선수들에 대해선 좀 더 두고 봐야 알 듯 하다. 특히, 작년의 장문석의 역할을 해 줄 '신윤호의 검증'과 엘지 타선의 키 플레이가 될 박경수, 김상현, 마틴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본 후 자세히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이원영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harang2004@hotmail.com (http://cafe.daum.net/leewon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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