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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中 “반상의 恐韓症 털었다”…CSK배서 한국꺾고 우승

입력 | 2004-03-26 18:47:00


중국 바둑계가 23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끝난 제3회 CSK배에서 자국 기사들이 한국을 꺾고 우승하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중국 기원은 참가 선수들에게 특별 격려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중국 바둑계가 이처럼 흥분하는 이유는 1999년 이래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한 것은 CSK배가 처음이기 때문. 중국 바둑계는 이제야 공한증(恐韓症)을 벗어날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SK배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에서 5명씩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단체전. 이번 대회에선 한국과 중국이 결승전에 올랐다.

한국은 이창호 유창혁(사진) 이세돌 9단, 최철한 7단, 송태곤 6단 등 국내 타이틀을 보유한 최정예 멤버였고 중국은 랭킹 1위인 구리(古力) 7단이 빠지고 위빈(兪斌) 9단, 왕레이(王磊) 딩웨이(丁偉) 8단, 쿵제(孔杰) 7단, 왕시(王檄) 4단 등 ‘1.5군’이 출전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일본과 대만에 지며 세계대회 23연승 기록 달성에 실패했던 한국은 이번에는 탄탄한 전력으로 우승을 장담했으나 이창호 9단이 왕 8단에게 1집반의 신승을 거뒀을 뿐 나머지 기사들은 잇따라 패했다.

중국의 구리 7단은 한 인터넷사이트에 “이번 승리로 중국 바둑계가 한국에 맞서게 되는 대전환이 시작되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장쉔(長璇) 8단은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정신적 지주인 이창호 9단을 꺾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최근 아내를 잃은 뒤 처음 기전에 참가한 유 9단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유 9단은 첫 대국에서 대만팀의 왕리청(王立誠) 9단에게 극적인 역전 반집승을 거뒀으나 일본팀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과 중국의 왕시 4단에게 연패했다. 대회에 동행했던 한국기원 양형모 과장은 “유 9단이 일부 신문에서 아내의 죽음을 ‘의문사’로 표현한 것에 대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하다”며 “대회 도중 편두통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실력의 60% 정도만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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