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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충청권 개발 열매’ 누가 따가나

입력 | 2004-03-04 19:04:00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천안 방면으로 들어서면 미호천을 끼고 너른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신행정수도의 유력 후보지인 충남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고속철도에는 오송역이 건립될 예정. 1년 새 땅 값이 몇 배나 올랐고 고속철 오송역 주변은 평당 수백만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역사 주변은 모두 논밭으로 평당 시세는 20만∼30만원.

이곳에서 6년 동안 중개업을 했다는 오송랜드부동산 안정국 사장은 “1년 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이곳으로 이사하지 않고는 외지인이 논밭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에서 만난 A씨는 이곳 토박이 농부였다. 그는 2년 전 강외면의 임야를 사들여 집을 지었다. 지난달 이 집을 팔려고 계약까지 마쳤으나 2월 23일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이면서 계약이 깨졌다.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엄청난 양도소득세 부담 탓에 파는 것을 포기한 것.

현지인들은 “집집마다 수천만원씩 농가부채를 안고 있는데 정상적으로 집을 팔 수도 없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주변에서는 아산신도시 수용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눈에 띄었다.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 보상가격을 정하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고속철도와 신행정수도 등 개발 계획이 아예 없었다면…. 집을 팔려던 A씨, 아산신도시 수용지역 주민 등의 불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 개발은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이고 그 혜택은 누구인가 누리게 돼 있다.

갈등의 핵심은 국가적 개발사업의 열매를 누가 얼마나 갖는가이다. 이 열매는 지주(地主), 건설업체(정부기관 포함),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 등이 주로 나눠 갖는다.

이 틈바구니에서 발 빠른 투기꾼들도 한몫 챙긴다. 2002년 아산 땅을 사들인 일부 투기꾼들은 이곳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기 직전 100%씩 차익을 남기고 처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투기꾼의 몫을 없애고 개발의 이익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정부가 투기를 잡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없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성급한 개발계획 발표와 뒤늦은 규제로 투기꾼에게는 기회를, 원주민에게는 피해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