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웰빙? 이젠 실천만 남았다. 그러나 웰빙에 대한 인식이 소비지향으로 흐르면서 전업주부건 취업주부건 정작 가족의 웰빙을 챙겨야 하는 주부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웰빙족’을 자처하는 취업 전업 주부와 싱글 여성 10명이 만나 어떻게 의식주 생활에서 웰빙을 가꾸고 있는지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주부 대 싱글
웰빙 열풍이 자연스러운 문화 흐름인가, 혹은 상술에 의해 초래된 현상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웰빙족을 자처하는 참석자들은 대체로 “물질적 가치에 매달리지 않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주부라도 전업주부가 취업주부에 비해 여유로운 삶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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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산업도 ‘웰빙’ 특수
“요즘에는 아무래도 먹는 것에 신경을 써요. 쌀밥보다는 잡곡밥을 먹고 나물을 무칠 때도 직접 새우와 표고버섯을 갈아 만든 가루를 넣지요. 예전에는 사다 써도 될 것을 직접 만드는 건 고급 인력의 낭비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남편이나 아이가 먹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고 집안일도 계획을 세워 하니 예전에 힘들게 느껴지던 다림질과 청소까지 즐거워요.”(이영애)
취업주부들은 한결같이 집안일까지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 한태숙씨는 “일단 스트레스라고 생각되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싱글들은 주부들에 비해 돈이나 집안일, 가족의 부담에서 자유롭다고 해도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에 매달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많이 잃은 것 같아요. 느리게 사는 슬로 라이프가 그리워요. 옛날과 같이 사는 것이 웰빙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워야겠어요.”(강소영)
김세정씨가 바로 옆 사람 손목을 만져 보라며 “1분 정도만 만져 줘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하자 박애영씨는 “남편에게 해 달라고 해야겠다”며 웃었다.
●웰빙 노하우
여성 ‘웰빙족’은 웰빙 라이프가 꼭 유기농 식품을 먹고 천연 화장품을 고집하고 휴식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물에서 사는 식물을 접시에 띄워 거실이나 안방 구석구석에 놓아요. 실내 건조도 막아 주고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죠.”(이영애)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실내에 들여놓는 것이 그린인테리어죠. 이사 오면서 화분을 실내에 들여다 놓았어요. 녹색식물이 새집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를 흡수해 주니까요.”(김보경)
“새집 목재부분이나 새 가구를 소주로 닦아 보세요. 소독이 됩니다. 새집에는 양파를 썰어 실내에 놓으면 나쁜 냄새를 흡수해 줍니다.”(백승옥)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요가나 스트레칭도 있어요.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5∼10분 요가를 합니다. 얼굴 요가는 웃는 것이 최고죠. 웃으면 근육이 움직이고 마음까지 밝아집니다.”(한태숙)
최근 아이들을 위해 알레르기 방지 이불로 모두 바꿨다는 박혜경씨가 “역시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식초에 불린 콩과 과일을 믹서로 갈아 요구르트에 넣어 마신다”고 하자 오승온씨는 “맛있던가요? 너무 건강을 챙긴다고 좋다는 음식만 골라 먹는 것은 웰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패스트푸드만 아니라면 골고루
왼쪽부터 백승옥(37·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세정(50·화가) 한태숙(45·인터컨티넨탈호텔 홍보부장·바닥에 앉은 사람) 김보경(46·서울여대 겸임교수) 박혜경(36·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사) 박애영(50·주부) 정경환(44·클리오 홍보이사) 강소영(35·부산방송 기자) 오승온(45·화랑운영) 이영애씨(45·주부)가 웰빙을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먹는 것이 몸에 가장 좋은 것 아닌가요? 역시 음식은 맛있고 즐거움을 주어야죠.”
●마음의 평화-행복
이영애씨는 “머리를 5도 정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기울여 사물을 바라보라”고 권하며 “이해 못할 일도 없고 집안일을 5도 기울여 본 덕분에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세정씨는 ‘내 신발 네가 신어 보라’는 서양속담을 소개하면서 “상대방이 되어 보라는 뜻인데 마찬가지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라고 거들었다.
박애영씨는 “웰빙은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인식 때문에 젊다는 가치는 절대적인 것 같다”며 “젊음을 마냥 부러워 할 수는 없기에 정신건강을 챙긴다”고 소개했고 정경환씨는 “어려울 때 친구들은 역시 큰 위로가 된다”며 “웰빙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사회적 건강도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나눌 수 있어야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삶을 완전하게 만든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올해부터 작은 액수지만 불우이웃을 돕고 있어요.”(박애영)
“하느님께 혹은 부처님께 ‘나의 괴로움을 가져가 주세요’라고 비는 명상법이 있어요. 원예치료에도 식물을 만지면서 슬픔과 아픔을 가져가라고 얘기하는 방법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이죠.”(김보경)
“지난가을 일본 모리미술관 개관 행사 때 열린 전시회의 주제가 ‘행복’이었어요. 난해한 현대미술과 함께 일반인에게 익숙한 불화와 일본화를 전시해 호응을 얻었어요. 역시 누구나 넘볼 수 있고 그러면서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행복이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웰빙이 아닐까요?”(박혜경)
정리=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