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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주말시대]정성이 익는 '고추장마을'…전북 순창

입력 | 2004-02-05 16:39:00


《한국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은 바로 김치와 고추장이다. 특히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면 왜 그렇게 생각나는지…. 그 때문에 외국여행을 할 때에는 고추장만큼은 꼭꼭 챙겨 간다.

그러나 정작 고추장을 담글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북 순창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에서는 요즘 매주 토, 일요일에 고추장 담그기 체험 행사가 진행 중이다.

고추장은 보통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담근다. 날씨가 선선할 때 발효시켜야 장이 제 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체험 행사도 이달 말까지만 열린다. 》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에서는 이달 말까지 매주 토, 일요일 고추장 담그기 체험행사가 열린다. 가마솥에서 메주콩을 삶을 때는 눌어 붙지 않도록 저어 주어야 한다.

○ 콩 삶기에서 메주 빚기까지

창 고추장 민속마을은 모양새부터 독특하다. 우선 집들이 한옥 대궐 같다. 그런 집이 모두 54가구나 된다. 돌담에는 메주가 걸려 있고 앞마당엔 눈이 수북이 쌓인 항아리들이 죽 늘어서 정겨운 풍경을 연출한다.

마을 끝자락 공터에서 펼쳐지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작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벌써 무르익은 분위기다. 가마솥에 메주콩을 삶고 고추장에 넣을 떡을 찌느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미 4시간 동안 삶은 메주콩이 눌어 붙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뒤집는 게 첫 작업. 몇 번 휘저어보니 생각만큼 쉽진 않다. 푹 삶은 메주콩을 절구에 넣고 찧는 작업도 만만치가 않다. 너도나도 한번씩 찧다 보니 어느새 콩알의 형태가 사라진다.

그 다음은 메주 빚기. 고추장 메주와 된장 메주는 모양부터 다르다. 된장 메주는 우리가 흔히 보던 벽돌 같은 모양이지만 고추장 메주는 아이들 주먹만큼 작고 동글동글하다.

“아, 고추장 메주는 찹쌀가루를 반쯤 섞기 땜시 모양을 크게 하면 마르기도 전에 썩어 버린당께. 작아야 빨리 마르제.” 이 마을 할머니의 설명이다.

한복 차림의 할아버지가 짚을 꼬아 메주를 엮어 매다는 것이 재미나 보였는지 한 꼬마가 따라 했다. 웬걸? 엉성하게 맨 짚이 자꾸만 풀어진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아, 요놈은 이짝으로 돌리고 조놈은 요짝으로 거시기(꼬아야) 해야제” 하며 걸쭉한 사투리로 가르쳐준다.

○ 고추장 버무리기

메주와 씨름을 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가마솥에서 갓 퍼온 밥이 등장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땅속에 묻어둔 김치와 갖은 나물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돈다.

물론 그 유명한 순창 고추장이 어찌 빠지랴. 밥에 나물과 김치를 넣고 빨간 고추장에 썩썩 비벼 먹는 맛은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별미다.

배불리 먹고 나니 공터 한구석에서 아주머니가 능숙하게 키질을 시작했다. 콩에 섞인 잡티를 떨어내는 것이다. 아주머니를 따라 키 안에 콩을 한 되 정도 넣고 힘껏 키질을 해봤다. 콩들이 높이 솟았다 내려오는데 밖으로 탈선하는 것이 더 많다. 금세 팔이 뻐근해온다. 고추 다듬는 일은 또 어떤가. 고추꼭지를 하나 둘 떼어 내다 보면 그 매운 기운에 어느새 눈물이 찔끔.

이때쯤 시루에서 푹 찐 찹쌀을 절구에 옮겨 담는다. 그것을 멍울이 없어질 때까지 찧는데 차지기 때문에 메주콩 찧기보다 더 힘들다. 그럼에도 저마다 한번씩 찧어보겠다며 떡메 쟁탈전이 벌어진다. 찹쌀 떡 찧은 것에 메줏가루와 엿기름, 소금,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리면 순창 고추장 완성. 순창 고추장은 한번 발효된 메줏가루에 찹쌀떡 찧은 것을 넣고 다시 한번 발효하는 것이 특징. 그래서 깊은 맛이 나는 것이란다.

참가자들이 손수 빚은 메주는 이 마을에서 보관하며 말렸다가 된장과 간장으로 만들고, 직접 담근 고추장도 숙성시켜 6개월 후 택배로 보내준다.

○ 체험에 참가하려면

참가비는 초등학생 이상 1인당 1만원. 여기에 고추장 2kg, 된장 5kg, 조선간장 900mL 한 세트 기준으로 5만4000원의 재료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한 세트 참가 인원은 상관없다.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에서 판매하는 고추장 가격은 1kg에 1만5000원이지만 이렇게 직접 담그면 9500원에 사는 셈. 이보다 직접 담갔다는 데 의의가 크다. 주말에만 열지만 20명 이상 단체일 경우 1주일 전에 신청하면 평일에도 체험이 가능하다. 문의 순창군청 지역경제과 유통계 063-650-1278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함께 떠나요▼

1. 순창 도착→회문산 자연휴양림(입장 료 1000원·063-653-4779)

2. 노령문과 폭포 등 5.5km에 이르는 숲 에서 삼림욕

3. 휴양림 내 ‘숲 속의 집’(이용료 8평 기 준 4만원)에서 숙박

4. 다음날 아침 고추장 민속마을 체험 (2 인 기준 7만4000원)

5. 아침 일찍 순창 도착해 고추장 체험 후 휴양림에서 숙박해도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