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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스파이 키드 3D'…게임속에 갇힌 누나를 구하라

입력 | 2004-02-03 18:24:00


실베스타 스텔론,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조지 클루니, 스티브 부세미….

할리우드의 기라성 같은 이들 성격배우들이 만화 같은 내용을 담은 어린이용 입체영화에 총출동했다면 누가 쉽게 믿을까.

‘황혼에서 새벽까지’ ‘데스페라도’를 연출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내놓은 ‘스파이 키드 3D’는 빨강과 파랑의 셀룰로이드 안경알이 박힌 특수 안경을 끼고 보는 3차원 입체영화. ‘스파이 키드’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이다.

정보기관 요원인 부모의 피를 물려받은 주니는 사설탐정이 되고 싶은 마음에 요원직을 그만 두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는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비디오 게임 ‘게임오버’에 정신을 빼앗긴 누나 카르멘이 게임 속에 갇혀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게임 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단계별로 게임을 통과하고, 어린이들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기 위해 이 게임을 고안한 악당 토이메이커와 대결한다.

‘스파이 키드 3D’는 입체영화라는 ‘형식’과 게임 속에 갇힌 누나를 구출한다는 ‘내용’이 제대로 된 접점을 찾은 영화다. 게임 속 노인이 ‘파워’라고 쓰인 구조물에 손을 대자 갑자기 업그레이드되면서 수퍼맨처럼 하늘을 솟아오르는 설정 속에서 어린이 관객들은 직접 게임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도 가질 법하다.

‘가상공간에 저당 잡힌 정신’이라는 영화 ‘매트릭스’의 설정을 ‘어린이용’으로 주무르고 반죽해 빚어낸 이 영화는 유치할 것이라는 예상을 빗겨간다. 내용 전개가 빠르고 짜임새가 있으며 캐릭터에 대한 창의성과 상상력이 뛰어나다. 이 영화의 세련된 스타일은 호화 배역진의 ‘유치한 체하는’ 연기와 맞물려 ‘키치’ 같은 냄새를 풍긴다. 마초 이미지의 배우 실베스타 스탤론은 악당 토이메이커와 대머리 연구원, 멍청한 군인 등 1인4역을 해내며 180도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개봉판은 자막으로 인한 화면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빙판으로 상영된다. 13일 개봉. 전체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