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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금감원, 대통령사돈 의식 눈치보나

입력 | 2004-02-01 18:59:00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健平)씨의 처남인 민경찬씨(44)에 대해 조사를 한 금융감독원과 자료를 보고받은 청와대는 왜 조사결과를 밝히지 않을까.

금감원이 민씨를 조사하고 이 자료를 청와대에 넘겨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1일 ‘민경찬 펀드’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촉구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어 청와대가 사태 조기 진화를 위해 금명간 ‘무혐의’ 또는 ‘금감원이나 검찰 이첩’ 등의 조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민씨는 과거 인수해 부도가 난 병원의 재건과 빚 상환을 위해 투자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보이며 채권자들에게 “투자금이 모이면 돈을 갚겠다”고 밝혀 온 것으로 밝혀졌다.

▽숨기기에 급급한 금감원과 청와대=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시내 모처에서 금감원 관계자가 민씨를 직접 만나 대면조사를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민씨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해 석연치 않은 뉘앙스를 남기고 있다.

또 언론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 만난 사실은 뒤늦게 시인했지만 민씨가 어떤 내용을 밝혔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직접 만난 신해용(申海容) 금감원 국장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권석(姜權錫) 금감원 부원장은 “민씨는 투자 계약서 등 구체적인 자료 없이 자신의 입장만 밝혔으며 이 과정에서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보고만 받았다”고 말했다.

강 부원장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2차 조사도 청와대가 할 것이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대통령 친인척에 관련된 사안이라 금감원이 나서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민정실에서 민씨의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혀 양 기관의 ‘떠넘기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내용을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공세와 청와대 대응=청와대가 이 사안을 더 이상 끌고 가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는 당 대표연설에서 이를 문제 삼을 것을 예고하는 등 공격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금감원이 공조를 거쳐 이번 주 초반에 ‘민경찬 펀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민씨 스스로가 ‘사적인 투자를 왜 문제 삼느냐’고 밝혔듯이 투자 모집 과정에서 별다른 특이점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민씨가 체결한 투자약정서 등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포착될 경우 청와대는 이 내용을 밝히고 금감원이 민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이거나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검찰 등으로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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