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와 이라크전쟁으로 미국 사회가 요동치는 동안 미국의 지식인들은 “아메리칸 시스템이 내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며 또 다른 적신호를 걱정했습니다. 바로 엔론사태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 회사의 회계부정이었지만 주주 이익 최대화, 시장의 효율 증대라는 미명하에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추구하는 ‘브레이크 없는 탐욕’이 건강한 자본주의를 뿌리째 썩게 하는 과정을 드러내준 사건이었습니다. 파생상품 거래 경험이 있는 법대 교수가 쓴 ‘전염성 탐욕’(B2)은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비합법적인 탐욕 추구가 합법을 가장해 이뤄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랑의 중국문명사’(B3)의 저자 장징은 중국 문명이 정치적으로 분열하면서도 끝까지 통일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결혼으로 인한 ‘혼혈’에 있었다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한족은 끊임없이 다른 민족으로부터 새로운 피를 수혈받아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털’(B1)의 문화사는 털을 깎는 것과 털을 기르는 것 사이의 밀고 당김이 자기표현 방식에 대한 진보와 보수간의 전쟁이었음을 알려줍니다. 말끔한 얼굴로 출근할 것인가, 터프하게 수염을 길러볼 것인가.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의 갈등은 인류사를 관통해 온 오랜 문화적 고민인 것입니다.
책의향기팀 b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