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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박인철/온-오프라인 서점 함께 사는 길

입력 | 2004-01-29 19:07:00

박인철


40년간 서울 신촌로터리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4개 대학이 있는 신촌은 당국에 의해 ‘문화진흥지역’으로 지정됐지만 거리의 도서관인 서점은 계속 사라져가고 있다. 이화서점, 홍익서점, 오늘의 책 등 10여개 서점이 최근 한두 해 사이에 문을 닫았다.

다양한 정보화로 독자가 준 탓도 있겠지만 인터넷 서점의 왜곡된 상술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서점의 경우 전문·교양서적 15%, 잡지 및 참고서 22%, 소설·수필 30% 등 평균 20∼22% 정도의 마진을 본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는 20∼30%의 할인이 가능하다.

이유는 이렇다. 인터넷 서점들은 사전과 소설 수필류 등 잘 팔릴 만한 책을 골라 출판사 등으로부터 일반서점의 구입원가보다 10% 정도 싸게 일괄 구입해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문도서나 교양도서처럼 이익은 박하지만 교양과 지식을 살찌울 책들의 취급을 기피해 독서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문화 전반이 황폐해질 것이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의해 일반 서점의 경우 출판된 지 1년 미만의 책을 할인판매하면 벌금을 물고, 인터넷 서점도 10% 내에서만 할인판매가 가능하다. 이것만 지켜진다면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모두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도서진흥법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10%의 마일리지와 10%의 경품행사를 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인터넷 서점이 30% 할인 판매를 하는 것이 인정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도서진흥법의 도서정가제 취지는 유명무실해지고, 중소서점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은 이 땅 구석구석 문화를 전해주는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서점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관련 법규를 손질해주기 바란다.

박인철 홍익문고 대표·서울 서대문구 창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