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한 인술, 후학들을 위한 사재 기증.’
새해 들어 대구지역 의사들의 선행이 이어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리 남 하이군(Ly Nam Hai·19)은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신당동 성서병원(병원장 이재구)에서 양다리 보행 교정을 위한 힘줄 및 근육 이완 수술을 무료로 받았다.
5살 때부터 다리마비와 경직 증상이 생겨 지금까지 목발과 휠체어 등에 의존해 온 하이군은 이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조만간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서병원에 따르면 하이군의 어머니 레티 앙튜씨(39·대구 거주)는 96년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정착한 뒤 베트남에 홀로 남게 된 아들의 병을 한국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나섰다.
문제는 2000∼3000만원으로 추산되는 수술비 마련. 대구 외국인 근로자센터에 도움을 청한 앙튜씨는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 지역 전공의들의 주선으로 대구시의사회와 성서병원의 도움을 받게 됐다는 것.
이재구 원장은 “후배 의사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베트남 여성의 모정에 감동해 수술을 맡기로 했다”며 “의사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는데 너무 소문이 난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부인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는 50대 피부과 의사가 10억원 상당의 사재를 대학병원에 기증해 화제다.
대구 달성피부과 원장 손재경(51) 김인주(49)부부는 최근 대구 가톨릭대학병원에 시가 10억원 짜리 임야를 기증했다.
손씨 등이 기증한 땅은 대구 남구 대명동 임야 440여평으로 대구 가톨릭대학병원 부근에 있다.
2년여 전까지 대구가톨릭대학병원 피부과 과장으로 일했던 손 원장은 대학병원측이 의과대학 증축과 연구동 건립을 위해 병원 부근의 땅을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기증했다는 것.
부인인 김 원장도 칠곡 가톨릭피부과의원 의무원장으로 일하며 대구 가톨릭대학병원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장은 “이 땅은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우리 부부가 220여평씩 물려받은 것”이라며 “‘가치 있게 쓰이길 원한다’는 어머니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