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8일 서울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안철민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조세 포탈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8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광재 전 실장 재판=이 전 실장은 이날 2002년 대선 당시 문병욱(文丙旭·구속) 썬앤문그룹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만 인정하고 김성래(金成來·구속)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에게서 500만원을 받은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은 이 전 실장에게 500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썬앤문그룹에서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와 관련해 이 전 실장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 같이 답변한 것은 맞지만 허위 증언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금원 회장 재판=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 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자신이 빼돌린 회사공금 49억원의 사용처를 놓고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강 회장은 “49억원을 어디에 썼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관계사인 시그너스골프장에 46억∼47억원을 빌려주는 데 사용했고 최근 이 돈을 회수해 다시 회사에 갚았다”며 “이 중 19억원은 조세포탈에 따른 가산세 등으로 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49억원을 계열사에 빌려줬다는 강씨의 진술내용은 검찰의 수사 결과와 엇갈린다”며 “사용처 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또 대선 때 민주당에 빌려준 20억원 및 노 대통령이 운영에 관여한 생수회사 ‘장수천’의 채무 변제에 쓰인 돈과 관련해 “내 개인재산은 부산의 3억원짜리 집 한 채가 전부”라며 “회사 돈과 개인 돈을 구분하지 않고 살아왔고 그 돈 역시 회사 돈이었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