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은 올해 한국 경제를 흔들 수 있는 가장 큰 ‘복병’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내각 경제팀에 금융정책을 깊숙이 다뤄본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적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LG카드 등 카드업계 유동성 위기 △신용불량자 및 가계부채 급증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매각 △해외자본의 국내 공략과 이에 대항할 국내 금융자본 육성 등 각종 금융현안이 올해 잇따라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경제팀에는 부처간 정책조정 및 예산 등에 밝은 옛 경제기획원 출신의 경제관료가 대거 포진한 반면 금융정책을 실무적으로 다뤄본 경제관료는 드물다. 특히 1급 이상 가운데 과거 금융정책 주무부처였던 재무부 출신은 ‘전멸 상태’다. 경제관료로서 개인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인적 편중’이 너무 심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2·28 부분개각으로 기획예산처장관에서 자리를 옮긴 박봉흠(朴奉欽) 대통령정책실장은 거의 대부분의 공직생활을 예산이나 정책조정분야에서 일했다.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비서관도 재정경제부 차관보 시절 금융정책국을 관할하긴 했지만 사무관 때부터 국장 때까지 금융분야를 다뤄본 적이 거의 없다.
또 김영주(金榮柱) 정책기획비서관과 김성진(金成珍) 산업정책비서관도 기획원 출신으로 공직 생활 대부분을 예산실에서 보냈다.
청와대에서 금융분야에 대한 정책 조언을 하는 조윤제(趙潤濟) 경제보좌관은 국제금융에는 해박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선 경제부처의 핵심 간부 가운데도 금융정책에 밝은 인사가 드물다.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대표적인 세제(稅制)정책 전문가며 김광림(金光琳) 재경부 차관은 예산이 ‘전공’이다. 금융통화정책을 다루는 한국은행의 박승(朴昇) 총재도 경제성장론을 전공해 금융시장의 밑바닥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장관급 가운데는 재무부 이재국장 출신인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이 거의 유일한 금융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한 금융회사 고위 임원 A씨는 “현 정부 내에는 금융시장의 미묘한 속사정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채널이 없다”면서 “미국의 역대 최고 재무장관으로 꼽히는 루빈 재무장관이 끊임없이 월가 인사들과 대화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경제팀 인적 구성의 문제는 LG카드 문제를 더 키운 한 원인으로도 꼽힌다. 금융정책의 요체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LG카드 문제는 곪을 대로 곪았다가 터져나왔고 뒤처리도 깔끔하다고 보기 어렵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금융정책이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으로 나뉘어 있어 어느 때보다 정책을 종합하고 조율하는 기능이 필요한데 전체적으로 이를 조정할 만한 능력과 감각을 함께 갖춘 인물이 청와대에 없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오규 정책수석비서관은 “청와대에 금융정책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금융 현안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개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