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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나를 찾아가는 자기경영'…9가지로 분류한 인간형

입력 | 2003-12-26 17:16:00


◇나를 찾아가는 자기경영/유민봉 지음/518쪽 2만5000원 미래경영개발연구원

서점에 온 손님들은 흔히 저자의 약력을 훑어보고 책을 살까말까 망설인다. 대체로 대학교수가 지은 책은 내용이 좀 딱딱하고 신문기자의 책은 현장감이 생생한 편이다.

‘나를 찾아가는 자기경영’의 지은이는 성균관대 행정학과 유민봉 교수다. 프로필만 보면 미국 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인사행정 분야를 가르치는 분이어서 여느 교수와 큰 차이가 없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경력이 약간 두드러진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책을 휙휙 넘겨보면 ‘범상치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다양한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가수 조영남, 골키퍼 이운재,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자. 앞부분에 에니어그램(enneagram)이란 독특한 개념이 소개된다. 그리스어로 9를 뜻하는 에니어(ennea), 모양을 의미하는 그라모스(grammos)의 합성어다. 에니어그램은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이론으로 사람의 성격을 9가지로 분류한 것.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소설가 황순원 선생 같은 인물은 ‘원리원칙형’이다. 지나칠 경우엔 자신에 대해 자학할 수 있고 남에겐 너무 엄격해 독선에 빠질 우려가 있다.

남을 끊임없이 돕는 테레사 수녀는 ‘도우미형’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돕고 남의 일에 참견하기도 한다.

‘성취형’은 성공, 성취, 목표 달성, 우승 등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70세가 넘어서도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지망생들이 대부분 이런 유형.

‘낭만적 개성주의형’은 예술가들에게 많은 성격으로 풍부한 감정이 돋보인다. 학자들은 주로 ‘지적(知的) 탐구형’이다.

‘안전지향 충직형’은 변화무쌍한 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안전을 희구하는 성격 유형.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이 대표적 인물로 꼽혔다. 안 사장의 저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걱정, 위험, 조심, 고민 등.

도올 김용옥과 조영남은 ‘낙천적 열정형’으로 분류됐다. ‘도전형’은 자기주장이 강한 인물로, 잭 웰치 미국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이다.

‘화합 추구 평온형’은 다른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주관이 없고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물론 사람 성격이란 게 워낙 복잡한 것이어서 이 9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확연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타고난 핵심 성격 이외에 후천적인 주변 성격이 가미되어 한 사람의 성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부록엔 에니어그램 성격유형검사 설문서가 있다. 이것으로 스스로 성격을 알아볼 수 있다. 각각의 성격에 따라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처방도 소개돼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한 자양분을 여러 고승(高僧)들과 훌륭한 목사, 에니어그램의 권위자들로부터 얻었다고 밝혔다. 매우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