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당 중앙위 의장(대표) 선출방식을 둘러싼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과 정동영(鄭東泳) 의원간의 대립이 감정대립 양상으로 번지자 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중재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분 장기화=총선 필패’라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젊은 쪽이 참아야 한다”며 당 의장 선출 직선제 고수방침을 주장하고 있는 소장파들의 자중을 촉구하고 나섰다. 3선인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최근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정동영 의원을 만나 ‘자꾸 당신들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자제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젊은 의원들이 정 의원에게 ‘김 의장을 찾아가 함께 하자고 말하라’며 설득 중이다”고 전했다. 정 의원도 지난 주말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장의 당 의장 간선제 수정 제안을 비판하면서도 “조만간 김 의장을 만나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자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집단지도체제 도입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金富謙) 원내부대표도 “말 많은 당 의장 선출 방식을 민주당의 최고위원제처럼 경선을 통해 1등이 의장을 하고 나머지는 최고위원을 맡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신당의 지도체제를 어떻게 민주당식 집단지도체제로 회귀시킬 수 있느냐”는 의견이 대세여서 합의 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김원기 의장은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린 박경산 정치특보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동영 의원과의 갈등은 언론이 유도한 것이다. 당 의장 직선제는 이미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당헌에 규정된 사항이다”고 말해 더 이상 직선제에 이의를 제기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주초에는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휴가를 마치고 24일부터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던 김 의장은 며칠 더 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李在禎) 총무위원장은 “22일 오후 김 의장과 통화했는데 ‘24일이 되어야 (출근 여부를) 알 수 있겠다’고 말했다”며 “목소리가 좋지 않은 것을 보니 건강 회복 속도가 더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