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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진료비 혜택…“이웃사랑을 돈으로만 하나요”

입력 | 2003-11-17 18:22:00


경기 이천시 시민들이 각자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능력 범위 내에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작은 사랑 나누기 운동’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천여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천경실련)이 최근 시작한 이 운동은 후원금을 내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기존의 불우이웃돕기운동과는 달리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맞춤형 봉사’를 한다는 게 특징.

불우 이웃으로 등록된 사람들이 찾아오면 병원이나 약국은 진료비나 약값을 아예 받지 않거나 깎아준다. 또 음식점은 식대를, 미용실이나 이발소는 이미용 비용을 받지 않거나 깎아주면 된다.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지는 각자가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이 운동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인 17일 현재 참여 희망 업소가 5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참여 희망 업소는 음식점과 병원, 약국, 학원, 미용실, 교복가게, 꽃집 등 다양하다.

변호사와 법무사, 세무사 등도 참여를 희망해 무료변론이나 무료상담을 해주기로 했다. 보일러 대리점은 분기마다 보일러 한대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한국전력 이천지점은 불우이웃들을 위해 전기수리 기동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천시와 이천경찰서 등 공공기관은 이 운동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직원 모두가 동참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천경실련은 참여업소를 늘려 12월 초부터 우선 소년소녀가장과 형편이 어려운 편부모 가족 등 100여명에게 실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이들에겐 이천경실련 명의의 자격증이 발급되고 이 증서를 갖고 참여업소에 가면 무료 또는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새태평양약국 이주환 약사(48)는 “이천경실련이 인증한 불우이웃이 병원 처방전을 가져오면 개인부담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다소 부담이 되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고도 이웃을 도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계찬(李季燦·47) 이천경실련 집행위원장은 “8월경 뇌종양을 앓고 있는 남편과 중증장애인 딸을 돌보고 있는 30대 주부가 쌀이 떨어졌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이 운동을 제안하게 됐다”며 “이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31-635-7575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