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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용감한 시민’…지하철 추락 취객, 배수구 대피 구조

입력 | 2003-11-09 18:37:00


지하철 승강장 아래로 떨어진 70대 노인이 전동차에 치여 숨질 뻔했으나 한 용감한 30대 시민에 의해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문영주씨(71)가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발을 헛디뎌 승강장 아래로 떨어진 것은 8일 오후 4시50분경. 문씨는 그날 정오경 을지로에서 친구를 만나 소주 한 병 반을 마셨다. “그때 내가 왜 충무로역에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술기운을 이기지 못한 문씨는 역 안에서 비틀거리다 선로로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었다. 이 모습을 본 회사원 박모씨(32·사진)가 곧바로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었다.

8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문영주 할아버지와 그를 구출하러 뛰어내린 박모씨를 시민들이 승강장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합

박씨는 문씨를 승강장 위로 들어올리려 했으나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하철역에는 “당고개행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던 것.

박씨는 급히 문씨를 승강장 아래 배수구로 밀어넣고 자신도 그 안에서 함께 몸을 웅크린 채 전동차를 피했다.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뒤 박씨는 문씨를 무사히 승강장 위로 올렸다. 문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상처를 치료받고 목숨을 건졌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사람이 승강장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뛰어들었다”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 가족은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박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는 한사코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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