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연]'비운의 무희' 최승희 뮤지컬로 '전설'이 다시 춤춘다

입력 | 2003-09-07 17:27:00


‘전설의 무희(舞姬)’로 알려진 최승희(崔承喜·1911∼1969)가 무대에서 다시 살아난다.

극단 미추는 26일부터 뮤지컬 ‘최승희’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 올린다. 이념이 대립하던 시대에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아야 했던 천재 무용가 최승희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작품. 최승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부 연극인인 연출가 손진책(56)과 배우 김성녀(53)가 각각 연출과 주연 최승희 역을 맡았다. 이들을 만나 ‘인간 최승희’, 그리고 ‘뮤지컬 최승희’에 대해 들어봤다.

○ 최승희의 삶

뮤지컬은 최승희가 북으로 건너간 이후의 삶을 주로 다루고 있다. 최승희가 북에서 숙청당했던 1967년, 과거의 회상으로 첫 장면이 시작한다.

말년의 최승희에게 남은 것은 회한이다. 누구도 그의 천재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최승희는 늘 예술 밖의 문제로 발목을 잡혔다. 일제 치하에서는 반일친미(反日親美) 경향의 춤을 춘다며 견제를 받았고, 해방 후에는 친일 무용가라는 비난을 받았다. 월북한 뒤에는 남편 안막이 숙청당하면서 북한 예술계의 주류에서 밀려났다.

손진책은 “실존했던 인물인 만큼 삶이 왜곡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최승희라는 인물의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했기 때문에 특별히 각색하지 않아도 뮤지컬의 소재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한국적 춤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최승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택했다. 국악관현악을 기본으로, 서양 음악적 요소를 곁들여 한국적 뮤지컬을 만들었다는 것이 연출가의 설명이다.

뮤지컬 '최승희'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손진책(오른쪽) 김성녀 부부

○ 최승희의 춤

최승희는 창작무용의 뿌리를 ‘조선 춤’에 두었던 무용가. 승무, 칼춤, 부채춤, 가면춤 등 고전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시켜 격찬을 받았다.

당연히 뮤지컬에서 최승희의 춤이 빠질 수 없는 일. 그렇다고 무용 공연도 아닌데 배우 김성녀가 최승희의 춤을 고스란히 재현하기는 힘들다.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을 통해 최승희의 춤을 관객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로미 아키튜브가 편집한 최승희 생전의 모습을 무대 위 스크린에서 보여줄 예정이다. 영상과 함께 김성녀와 배우들이 최승희의 춤을 부분적으로 선보인다(국수호 안무).

김성녀는 “이 작품은 분명 춤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이라며 “그래도 여성국극 배우를 한 어머니(박옥진 여사)로부터 받은 재능과 배우 경력 덕분에 어느 정도 비슷하게 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서 손진책이 “배우치고 잘 춘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배우로서 그렇다는 것일 뿐”이라며 부인에게 ‘타박인 양’ 칭찬의 말을 던졌다.

○ 그리고 최승희의 매력

김성녀는 “14년 전부터 남편이 틈만 나면 최승희를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말했다. 김성녀 스스로도 이번 역을 위해 7kg을 감량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들은 최승희의 어떤 면에 빠져들었을까.

손진책은 “근, 현대사에 관심을 둔 연극을 해오면서 무용가 최승희를 비껴갈 수 없었다”며 “시대를 앞서간 그의 세련된 감각은 지금 봐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10여 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작품을 구상했지만, 제대로 해보겠다는 욕심이 앞서 공연이 자꾸 미뤄졌다. 그는 이러다간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아 이번에 우선 극장부터 잡아놓고 공연을 추진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의 말에 아내는 “예술가라면 누구든 자신이 최승희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이 작품은 우리보다 앞서간 예인(藝人)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0월12일까지. 화∼목 오후 7시 반, 금 토 오후 4시, 7시 반. 일 오후 3시. 02-747-5161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