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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추석시즌 맞춘 국산 로맨틱 코미디 두편

입력 | 2003-08-28 18:17:00


●동거다룬 '불어라 봄바람'

추석 시즌을 맞아 국산 로맨틱 코미디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불어라 봄바람’은 ‘동거’ 영화다. 꽁생원에다 구두쇠인 소설가 선국(김승우)의 집 위층에 다방 종업원 화정(김정은)이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과 사랑을 그렸다.

선국은 화정이 늘어놓는 연애담을 자기 소설에 도용하기 위해 경청하면서 점점 화정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안녕하세요. 앞으로 졸라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하는 화정의 속물적 외양 밑에 숨겨진 순수함을 드러내는 통로인 경험적 연애담은 시종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파편화된다. 화정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영화 내 장치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과거사와 사춘기 소녀 같은 눈물, TV 동물 프로그램에 대한 광적인 집착에 국한돼 일상의 디테일과 에피소드가 다소 빈약하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신들에게 들어맞을 법한 딱 그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김정은과 김승우의 연기는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 웃음을 만들기 위한 작위적 장면 설정과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는 러브 판타지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장항준 감독의 스타일로 보이나, 이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제작사는 “완벽한 코믹 연기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김정은이 스스로 캐릭터를 설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 말마따나 두텁고 새하얀 파운데이션 위로 퍼지는 김정은의 고양이 같은 표정과 검은색 그물스타킹, “누구한테도 얘기 안 할게요” 하며 놀란듯 오므리는 귀여운 발가락은 영화보기의 재미를 돕는, 작지만 놓치기 아까운 장치들이다. 9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금지된 사랑 그린 '남남북녀'

‘남남북녀’는 옌벤에서 만난 남한 국가정보원장의 아들 철수(조인성)와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딸 영희(김사랑)가 벌이는 금지된 사랑을 그렸다. 22일 일반시사회가 끝나자 고교생으로 보이는 남자 관객의 첫 마디는 이랬다.

“시작은 분명 코믹멜로인데, 끝은 완전 엽기네.”

영화의 설정이 허황되고 “우리 위대한 조선민주주의 공화국이 비열하게 땅굴을 팠다는 거네?”하는 영희의 대사는 박제화(剝製化)돼 있다. 로맨틱 코미디가 종반 들어 ‘비극’ ‘장엄’ ‘시대극’으로 돌변하는 순간 관객들은 어리둥절해진다.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은 조인성이다. 날라리 대학생으로 나오는 그는 시종 블루스 윌리스를 닮은 카우보이 스타일의 눈웃음을 날린다. “아, 오늘 삘 가네. 내가 너한테 한번 잘 보이려고 절라리 뻐꾸기 얼마나 날렸는데 그걸 삽질이라고 하다니, 아우, 나 참…” 하는 조인성의 대사와 표정은 시사회장에 온 소녀들로 하여금 “어머, 어쩜”하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넘치는 끼와 매력은 경직된 시나리오에 갇혀버린 감을 준다.

김사랑이 덤블링을 하면서 선보이는 아크로바틱 ‘공화국 춤’과 조연 공형진의 감칠맛 나는 코믹연기는 눈요깃거리. 영희의 단짝친구로 등장해 푼수 연기를 펼치는 허영란은 어설픈 북한 사투리를 접어두고라도 예쁜 표정을 벗어던지고 더 확실히 ‘망가졌어야만’ 했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기자 sjda@donga.com